![]() "아무리 계절은 계속 바뀐다지만 몇 년이 지나도 고죠 씨만은 늘 그대로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누구나 아저씨가 되면 달라지는군요." "하하하. 과연 그렇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스물 여덟 살이면 그래, 너희들한테는 아저씨가 맞지." "작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성격이 많이 누그러지셨어요. 지금은 여러 가지로 둥글둥글해졌습니다." "둥글둥글⋯⋯ 고죠한테는 그리 말하지 말거라. 전에 엉덩이 커졌다고 한마디 했더니 진짜 화내더라." 메구미가 웃음을 거둔 채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 "작년 스즈카 씨가 겨울까지 고전에 계셨더라면⋯⋯ 아닙니다. 그랬다면 어느 한쪽은 죽어 나갔겠네요." 작년 겨울 나는 고전에 없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누군가 주술사들의 본거지에 불을 놨고 나는 재수없게도 방화 혐의자 중 한 명으로 찍혔다. 분명 내 이름이 살생부에 적혀 있었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같은해 여름에는 유타가 전학왔기 때문에 나도 이곳에 머물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갔다. 그리고 당분간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고죠는 늘 그랬듯이 살벌하게 나타나 눈처럼 차고 하얀 인상을 남겼다. "사실, 후쿠오카로 돌아간 뒤에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작년 말에. 만났다기 보다는 멋대로 찾아왔다만."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모두가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바쁜 그 시기에 두 분께서는 만나서 무얼 하셨습니까." "하긴 뭘 해. 그냥 술 마셨지. 인간들은 원래 그러잖아. 고죠가 밥이나 먹자 해서 먹는 김에 한 잔 걸쳤다." "송년회 말입니까. 그렇지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 잔만 걸쳤습니까. 두 잔 세 잔 걸쳤습니까." "고죠랑 내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마셔댔다면 메구미 너의 말대로 다음날 하나는 죽어 나갔을 거다." 내가 말이지. 메구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굳이 캐물어야 할 정도의 흥미는 없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고죠는 취하면 이성보다 먼저 의식을 내려놓는 놈이다. 대작을 했다 한들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지금은 글쎄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내 꼴을 보면 아무리 고죠라도 술 같은 건 안 된다고 할 것 같지만 물어나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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