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가고 싶어? 죽을 장소를 찾는 거면 나는 지금 여기서라도 좋아."
"여기서 거시기하긴 좀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돌아갈 집 같은 건 없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네. 위로라도 해 줄까. 아, 그치만 내 위로만큼 너한테 기분 나쁜 것도 없지. 가뜩이나 우울한 너를 억지로 끌고 온 사람은 나잖아. 내가 그랬어. 그게 나한테 불쌍한 척해 봤자 소용 없는 이유야." "⋯⋯." "가끔은 약한 소리 해도 괜찮아. 근데 너도 느끼고 있지. 지금 내가 과거의 어느 때보다 너한테 친절하다는 거. 바꿔 말하면, 필요에 따라 지금보다 얼마든지 가혹해질 수 있다는 얘기야. 이를테면 게으른 너를 채찍질하기 위해서." "내가 내 무덤을 팠군. 나도 모르게 잠깐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를 대하는 네 모습을 보고 있으니⋯⋯ 모르겠다.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그릇을 제자로 거둔 것과는 별개로 나에 대한 취급은 여전히 개떡같은 것을." 고죠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뻔뻔한 입 꼬리가 정직해질 때는 주변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처럼 싸늘해진다. 과장을 좀 보태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검은색에 의해 완전히 가려진 그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할래? 거시기." "그래, 들어간다. 들어가. 젠장할. 그 전에 하나만 묻자. 이번에는 얼마나 부려먹을 계획이냐. 1 개월? 3 개월? 정녕 나를 고문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적어도 언제까지 네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 달란 말이다. 그래야⋯⋯." "말했잖아. 너한테 달렸다고." 스스로도 망설였던 일이지만 고죠의 대답을 듣고 나니 과연 내가 괜한 짓을 했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숯덩이를 삼킨 것처럼 목이 탔다. 급한 대로 고죠가 마시다 내버려 둔 커피를 집어들었다. 내용물이 어떤지는 빤하다. "어우, 달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그것이 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 없는 것처럼 설탕 반죽 같은 음료를 무식하게 삼킨 나는 끝내 고죠를 다시 웃게 했다. 그 웃음이 무너지는 순간 이기는 것 같지만 결국 열받는 건 나다. "이 망할 학교는 나 없인 안 돌아가냐." "그랬다면 이 정도로 안 끝나지. 나를 봐. 내가 얼마나 영감탱이들한테 시달리고 있는지. 그래도 얌전히 일해 주고 있으니 이사회의 경계도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어. 스쿠나의 강생 뒤로는 더욱. 너한테 눈돌릴 여유가 없는 거야." 나는 말없이 고죠에게 컵을 돌려주었다. 차갑게 식은. 그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거랑은 관계 없이 너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거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이사회에 얘기가 들어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쓸 거야. 여기 고전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너를 다시 얌전하게 만들 방법은 아직도 많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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