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같이 훈련하는 꼬맹이들의 기량이 나날이 늘어 간다. 신나게 뛰고 나니 트레이닝 복이 몸에 달라붙는다. 덥기도 하고 땀을 많이 흘렸다. 잠깐 쉬고 있을 때 고죠가 나타났다. 그냥 지나가던 길에 이야기를 듣고 가벼운 조언도 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가던 길을 마저 가려니까 꼬맹이들이 조금 아쉬웠는지 애교를 부려 가며 붙잡고 매달렸다.
이러면 고죠도 꼬맹이들이 내심 귀엽고 흐뭇해서 받아 주는데 겉으로는 자기가 더 뿌듯하게 웃으며 활갯짓을 한다. 억지스러운 웃음이라도 아예 꺼져 버리는 것보다는 나으려니 나도 애교나 부려 볼까 꿍꿍이는 나름 생생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건 무리다. 그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고죠의 허리나 가슴 한켠을 내 손가락으로 한 번 쿡 찌른다. 고죠는 모른 체하거나 싱겁게 웃을 뿐이다. 나를 봐 달라는 뜻인데 나는 안 보고 딴청만 피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더 세게 꾹 찌를 수밖에. 유지가 물을 가지러 간 틈에 대신 지친 몸을 가누었다. 평소처럼 싱글벙글하던 고죠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빛을 싹 거두더니 어색하고 민망하게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이처럼 가당치 않게 나를 외면하는데 속 시원히 얘기할 수도 없고 답답한 만큼 구미가 당겨 꾹 꾹 찔러 주었다. "유지가 곧 돌아올 거야." 고죠는 점잖게 내 손을 잡아 내리고 근처 벤치로 피했다. 바로 따라갔지만 그런 내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다가가면 도망친다. 붙으면 떼낸다. 기가 막히고 슬슬 환장할 노릇이다만은 그럭저럭 가지고 노는 맛이 있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애끓는 감정 없이 거머쥔 것은 귀한 줄 모르고 헛되이 쓰기 일쑤니까. 뭣보다 그러면 재미가 없거든. 다가가거나 붙는 것은 관두고 그냥 뚫어져라 쳐다봤다. 결기를 부릴수록 괜스레 화만 돋울 것은 빤히 안다. 나는 고죠와 눈싸움을 벌이다 지는 척하며 물러났다. 이긴 고죠도 무안해질 따름이다. 유지가 아직인 걸 확인하고 슬금슬금 옆으로 온다. 그래도 기운을 내지 않으면 결국 저가 아쉬워서 내게 팔을 두르고 제 품으로 끌어당긴다. 그러고는 귀에 대고 뭘 속삭이냐면 사랑놀음처럼 달콤한 말이다. 실속 없이 유혹하는 짓거리지만 나이 먹고 달리 뭐가 늘겠는가. 담담하게 내뱉는 말과 소리다. 여느 입맞춤보다 정사보다 뜨겁다. 귀가 달아 화끈거린다. 문제는 다 이해하고 은근히 즐기면서도 심술이 난다는 거다. 나는 고죠도 모르게 그의 귀여운 제자 뒤로 숨어 버렸다. "헤헤헤⋯⋯ 선생님, 저예요. 요." 사실은 그랬다. 가 대신 듣고 있었다. 고죠는 헉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무슨 말을 아니 무슨 짓을 한 거지. 깨닫는 순간 얼음이 됐다. 그런데 제자 녀석의 상태도 심상치가 않다. 꼬맹이에게는 너무 일렀던 걸까. 불가마처럼 활활 타올라서 가슴을 펴고 몇 번 헉헉거리더니 갑자기 코에서 피가 왈칵 쏟아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 아이고! 어떡해! 코피! 코피가!" 쓰러지는 제자를 다급히 벤치에 눕히고 손부채질하고 난리칠 때 마침 돌아온 유지까지 놀라서 허둥지둥이다. 갑자기 왜 이러냐 물어도 해 줄 말이 없다. 오감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여러 가지로 무리를 해서 코피가 솟구친 것뿐이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피가 쿨렁쿨렁. 순식간에 저혈압이 치료됐다. 이거야 원. 네놈들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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