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말이지. 그래, 새 몸을 얻었으니 이름도 바꿔야지. 자기소개는 네 마음대로 해."

 "좋든 싫든 나는 인간의 삶을 계속 이어 나가야만 한다. 이번에는 이 꼬맹이가 되어서."

 "그게 네 주특기라는 거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듣는 사람도 없는데. 뭐가 문제야."

 "네놈의 태도야말로 문제다. 언제나 다른 주술사들의 주의를 끌잖아. 그러다 나를 죽이려 들면? 책임질래?"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만. 너 갑자기 못 들을 말이라도 들었니. 딱 그 모양으로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히고. 기가 막힌 나머지 그토록 집요하게 쳐다보면 스마트폰도 소파 한쪽에 내팽개치고.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돌아앉으며 두 손을 무릎 위에 다소곳이 얹는 모습은 나름 비장하구나. 그렇잖아도 시르죽은 내게 또 무슨 말을 할 테냐.

 "너랑 나, 다들, 내가 뭘 책임져야 하는지 알아. 이제 와서 책임을 져버릴 생각도 떠넘길 생각도 없어. 그리고 나에 대한 네 책임. 너는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너도 굽신거리기 싫겠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이건 불가항력이야. 그치, 스즈카."

 힘을 가진 것만으로 다 해결될 성 싶으면 잃을 것도 없겠다만은. 오히려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더냐. 그래도 늙은이처럼 기죽지 않고 여전히 오만방자한 네가 솔직히 나는 밉지만도 않다. 기왕이면 더 떠들어. 아직 남았잖아.

 "그러니까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말은 너를 개똥이라 부르건 말똥이라 부르건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란 거야. 너 때문에 벌써 10 년째 꿈자리가 사나워서 다른 이름을 억지로 불러 주고 싶어도 못한다고. 이제 어떡할래? 나랑 싸울래?"

 "마음대로 해라!"

 "하하하. 이리 와!"

 기세 좋게 덤볐으나 꿈자리가 사납다는 말에서 여러 가지로 이해가 됐다. 어차피 꺾을 수 없는 고집이거니와 그 덩치와 힘에 맞서 싸워 봤자 나만 너덜너덜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일신의 안녕을 위해 후퇴하기로 하고 냅다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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