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데 어쩌지. 갑자기 벗으라고 하면 괜히 더 싫거든. 우격다짐이라도 해서 강제로 벗겨 보든지."

 "그런 귀찮은 짓을 하겠냐. 하루종일 그 꼬라지를 하고 있으니 보는 내가 다 답답해서 꺼낸 말이다."

 "으응, 그랬어. 답답하다니 그건 어떻게든 해야겠네. 선글라스로 바꿀까. 솔직히 예전만큼 편하지는 않아."

 "아아,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깨물어 주고 싶은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니, 행복해서 돌아가시겠다. 윽."

 고죠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자기가 놀려 놓고 왜 삐친담. 혹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설마 싶었지만 일부러 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죠에게는 외투를 걸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니 딱히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내 힘으로 벗길 수 있었음 진작 벗겼겠지. 애초에 왜 안대 하나 때문에 너랑 거시기까지 해야 하는 거냐."

 "내 말이. 귀찮니 뭐니 해도 보고 싶은 거잖아. 귀엽게 조르면 내가 져 줄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은 안 드냐."

 나름 저자세였건만. 고죠가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눈 한 번 보자고 뭔 짓거린지. 의욕이 생길 수가 없다.

 "딱히 거시기해도 상관없다만 손대지 말라고 지랄하는 꼬라지는 더 보기 싫으니 관두겠다. 먼저 일어나마."

 나는 방에서 나가기 위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 오는 고죠의 웃음소리에 멈춰섰다.

 "그래서? 나한테 손댈 마음은 있어?"

 "듣자 듣자 하니까⋯⋯ 우쭐대지 마!"

 역대급 분노 유발이건 무의식이건 열받긴 마찬가지다. 그렇다 해도 왜 그랬는지. 도망치듯이 뛰쳐나와 문을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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