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인다고?"
"심각하게 듣지 마라. 그냥 좀 웃긴다. 내 머릿속의 너는 예나 지금이나 덩치 큰 고등학생일 뿐이거든. 지금도 교실에 들어가면 네가 입에 사탕 하나 물고 게임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살다 보니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는구만." "뭘 그리워하고 있어. 난쟁이똥자루가." "이제는 나름 귀여웠다는 생각도 든다. 한때는 케이크에 얼굴을 박고 죽어 버리라고 너를 저주했다만." "과거의 내가 이제 와서는 어른이 된 나보다 나은 취급을 받고 있구나. 심지어 이쪽은 아저씨. 불공평해." "불공평할 게 뭐 있어. 그야 꼬맹이와 아저씨에 대한 취급은 다르지. 예를 들면 용서 가능의 범위가 말이다." "그래서? 뭔데? 어른으로서 철없던 꼬맹이를 용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야? 하하하. 제자 몸만 아니었어도." "어허, 어딜 감히. 손대기만 해 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유, 확." 나는 혀를 빼꼼 내밀었다. 고죠가 실소를 터뜨렸다. 고개를 돌리자 마침 운동장 트랙에 있는 그의 제자들이 보였다. 노바라가 메구미의 등을 누르고 곡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얼굴만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봐라, 사토루. 녀석들 벌써 저렇게⋯⋯." "이야. 어디, 누구. 사토루 군 듣고 있어." 달달한 냄새에 정말 취하기라도 한 것인가. 눈앞이 핑 돌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자신의 팔을 만져 봤다. 닭살이 돋았다. 민망함과 머쓱함 그리고 자괴감까지. 까마득한 기억속에서 온갖 것이 휘몰아치고, 예기치 못한 격동에 정신이 아찔했다. "말이 잘못 나왔다. 내 말은, 고죠 사토루. 너 말이다." "왜. 뭐." "너, 너는 어때. 위화감이 들지 않냐. 어색한 느낌이나." "위화감 들어. 어색해.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40 대였는데 하루 아침에 10 대가 됐잖아. 어렸을 때 내가 장난삼아 아줌마라 부르던 여자가 지금 나를 아저씨라 부르고 있잖아. 아무리 내가 만만해도 그렇지 아저씨가 뭐야? 응?" "실수로 이름 부른 것은 넘어가고 아저씨라는 말에는 용서가 없다니 이렇게 보면 너도 별 수 없이 나이가 들었구나. 이제 내 기분을 알겠냐. 그렇게 화내지 마라. 네가 화내면 가엾은 여자애가 놀란다. 안 그래도 커다래서 무섭다고." "너도 그랬어?" "응?" "방금 내 기분이라고 말했잖아. 그럼 알 거 아냐. 나는 가끔 생각해. 굳이 어느 쪽이냐 말하면 너는 예전처럼 나나 우리 세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맞는데. 나보다는 애들이랑 같이 웃고 떠드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해. 10 대답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네가 네 친구들과 어울릴 적 소외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그때 너는 몸도 마음도 10 대였고 지금 나는 몸만 10 대이지 않으냐.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나는 너의 스즈카다." 그러니 안심해라. 마지막 말은 천연덕스런 웃음으로 대신했다. 이윽고 민망함이 밀려왔다. '너의' 스즈카라니. 나는 분명히 '네가 잘 아는' 정도의 느낌으로 말할 생각이었는데. 뜬금없이 내가 누구의 사람인지 선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버렸다. 섣불리 해명하다가 괜히 당혹스러움만 드러낼 것 같아서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 너무 조용하다. 그런 생각에 다시 돌아볼 때쯤. 고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아까처럼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놀라지도, 질색하지도,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분명 들었을 텐데.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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