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하네?"
"비꼬는 중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상관없어. 쉽지 않았을 텐데 칭찬해 줄게." "아직 안 끝났다. 도대체, 내 그릇이 네 제자가 되었다 하여 왜 나까지 너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냐. 웃기지도 않아. 그래, 나는 꼬맹이가 아니니까. 어쩌면 네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너의 유일한 제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 먼저 고죠 사토루가 선생님 소리를 들을 만한 자격이 있는 인간인지 아닌지부터 얘기해 볼까." "자격은⋯⋯ 나로부터 너를 지키기에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구실을 줬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데."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내가 아는 고죠는 명분만 주어진다면 자기 제자든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놈이었다. 불과 얼마 전 제자로 삼은 꼬맹이에게 스쿠나의 손가락을 전부 삼키게 할 계획을 세운 놈 아니던가. 덕분에 시간을 벌긴 했어도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칼은 휘두르지 않아도 누구든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모를 만큼 더는 어리지도 않다. "네놈이 주었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없다. 한데 생각해 보니 너에게 교사가 된 이유를 물은 적이 없구나. 뭐, 결국 너도 다른 인간들을 이용해서 네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겠지. 기대에 못미치는 꼬맹이들을 가차없이 내치면서." "하하하. 할말을 잃게 만드네?" "네 본심이야 내 알 바 아니다만. 어쭙잖은 실력으로 나서다 개죽음 당할 바에야 너한테 내쳐지는 게 낫다." "너는 참 위로하는 게 서툴어. 예나 지금이나." "위로는 무슨. 괜히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마라." "내가 너를 모르냐. 고마워, 관심 가지고 다가와 줘서. 이해해 줘서. 내 편이 되어 줘서. 나 대신 변명해 줘서. 그러면서 아닌 척해 줘서. 근데 나는 그렇게 복잡한 생각 안 해. 사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어. 그냥 숨만 쉬는 정도야." "분명히 말해 두는데, 나는 위로 같은 거 할 줄 모른다. 애초에 삶의 의욕을 잃은 놈과는 말이 통하지 않거든. 착각하지 마라. 나는 너한테 관심 없어. 물론 너를 이해할 수도 없고. 죽었다 깨어나도 네 편이 될 일은 없다. 너 대신 누구한테 변명을 해야 한단 말이냐. 어지간히 정신차리시지. 그리고 이건 절대로 아닌 척하는 게 아니다." "말끝마다 일빈일소 통쾌미가 넘치네. 어쨌든 고마운 건 진짜야. 가끔은 그런 독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