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는 청소와 정리정돈에 극성맞을 정도로 성실하다. 자취가 처음이라 들뜬 마음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귀찮긴 해도 딱히 나쁠 건 없으니 나도 깨끗한 방 유지하기에 이제껏 동참해 왔다. 문제는 꼬맹이의 성실함이 밖까지 뻗쳤다는 거다. 복도를 지나다 청소가 필요함을 느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비장하게 마대자루를 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사회에서 사람을 보낸다던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얘길 듣고 꼬맹이는 청소에 더 열을 올렸다. 바닥을 닦는 데 필요한 약품이 작은 통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아예 말통을 사다 놓았다. 하기사 이 학교가 좀 넓던가. 애초에 혼자서 어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잘 닦이기나 하면 또 모르겠다. 가뜩이나 낡은 건물들이라 여기저기 찌든 떼를 종일 닦아도 좀체 태가 안 난다. 이러다 꼬맹이 잡겠다 싶어 오늘은 내가 닦을 테니 너는 조금 진정하라 일렀다. 무거운 통을 들었다 놨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니와 어차피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므로 복도 전체에 약을 주룩 뿌리고 닦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누가 오면 즉시 경고할 준비도 했다. 그러나 내가 안일했다. 귀퉁이에 청소 중이라는 글귀 하나만 써붙였더라면 그 사단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날은 덥고 청소는 끝이 없었다. 무리한 마당에 땀까지 바가지로 흘려서 나는 정신이 흐릿해지는 줄도 몰랐다. 마대자루를 붙들고 위태롭게 버티다 결국에는 무릎을 꽝 찧으면서 주저앉았다. 하필이면 그때 인기척이 났다. 미끄러우니 조심하라 경고해 주어야 하는데 허공을 더듬거리기만 하고 그 놈의 말이 제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머리에 돌이라도 맞은 양 참혹한 현기증에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뿌옇게 번진 시야에 검은 실루엣이 여럿 움직이더니 조금씩 가까워졌다. 한 명은 분명히 알 수 있었고 나머지도 짐작이 갔다. 안 돼. 오지 마. 미안, 마사미치. 복도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미끄덩, 한 놈. 미끄덩, 두 놈. 차례로 미끄러지며 뒷사람을 밀치고 서로 살겠다고 붙잡다 같이 넘어지고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친 거다. 거기서부터는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가렸다. 절망적이었다. 나는 도망칠 엄두도 못 내고 쓸쓸히 벤치에 앉아서 마사미치의 처분을 기다렸다. 인간을 상처입히면 그에 따른 응징을 받는다.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이사회의 높으신 양반들이 나 때문에 부상을 당하고 정신적인 충격까지 받았으니 자신의 죄를 감당할 수가 없다. 나 하나 죽는다고 끝날 일인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나는 한참 망설이다 고죠에게 전화를 걸어 이실직고했다. 이사회라면 질색해서 이제껏 웬만한 일 아니고서는 껄껄 웃고 무시해 버렸던 고죠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수화기 너머 정적이 흐르더니 거기 가만 있어 하고는 끊어 버렸다. 고죠는 서둘러 학교로 돌아왔다. 거의 날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나라도 겁나지 않을 수 없는지라 그저 감사했다. 여차하면 짐 싸서 튀어야 하니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그의 얼굴을 소중히 눈에 담았다. "스즈카 고젠! 내가 사고치지 말랬잖아! 뭐? 가발이 벗겨지고 신발이 날아다녀?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이사회가 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하필 오늘, 거기로 올 줄 알았겠냐. 나는 그냥 깨끗이 해 놓으려고⋯⋯." 긴장한 탓에 무리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머리가 핑 돌았다. 더는 변명할 기운도 없어서 그대로 쓰러지듯이 고죠에게 기대었다. 이제 어떡하냐 우는 소리를 냈더니 그가 으이그 하며 나를 다그쳤다. 그리고 쓰담쓰담 달래 주었다. "반성했어?" "응." "이제 안 그럴 거야?" 으응 할 때는 억울함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것 같았다. 고죠도 나를 못 도와주면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이다지도 심각하다. 그런데 고죠 이 놈은 뭔 속셈인지 모르겠다. 이참에 한이나 풀고 가라는 건지 난데없이 내 볼에다 뽀뽀를 해댄다. 쪽 쪽. 가만히 있으니까 입술에도 한다. 그만하면 충분하건만 딱 붙어서는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러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내가 낑낑대니까 그제야 만족했나 보다. 어안이 벙벙하다. 아니나 다르랴. 고죠는 꿋꿋이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여태 오기로 버틴 모양이다. 주체가 안 된다. 이제는 아주 배를 잡고 자지러진다. 시원하게 터뜨리고 좀 살겠는지 스스로 안대를 벗은 뒤 눈물을 닦는다. 행복에 겨운 얼굴. 웃다 못해 아프다. 앓는 소리로 착하지 한마디 한다. 반짝이는 눈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는 그대야말로 여간 푹 빠진 게 아니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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