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평소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네. 근데⋯⋯."

 "근데?"

 "솔직히 말해서, 네가 알려 주기 전에는 전혀 몰랐거든."

 "⋯⋯."

 "정확하게 어떤 변화를 준 건지 모르겠어요. 미안합니다."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다. 어쩜 이다지도 섬세함이 없을까. 물론 나도 평소와 같다면 그 정도는 웃어 넘겼을 거다. 지금은 단지 조금 예민해져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오늘 낮에도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 쉬고 있을 때, 변화를 알아차린 유지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섬세함으로 따지면 제 스승보다 낫다. 문제는 뺨에 붙은 못된 입이다.

 '진저리 난다, 애송아. 여색에 눈뜬 건 그렇다 쳐도 저 계집에게 얼마나 정신이 팔려 있으면 그걸 알아차리냐.'

 '뭐라는 거야, 스쿠나. 들어가.'

 '임자, 나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걸. 그건 고죠 사토루의 눈으로도 식별 불가니까.'

 찰싹!

 유지의 빠른 대처에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해산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죠와 마주쳤다. 머리 모양에 대해서는 잊고 평소처럼 인사를 건넬 참이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오늘따라 내 머리를 묘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잊으려 했던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알아봐 주길 바랐다기 보다는 섬세함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해 두고 싶다.

 " 잡지를 보며 의논하다 결국 기장을 약간 줄이는 것밖에 못했다. 아줌마일 때는 어찌 하고 다니든 아무도 신경 안 썼는데. 이제는 아가씨라 별걸 다 고민해야 하는군. 애한테 어울리는 옷이라든지 머리 모양이라든지."

 "사실, 네 스타일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네가 아줌마건 아가씨건⋯⋯ 어쩌면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실력 있는 사람 알아볼 테니까 나만 믿어. 대신 거기에 내 제안을 살짝 더해서 앞머리를 잘라 보는 건 어때."

 "얼씨구. 머리털을 손바닥 너비만큼 쳐내도 모르는 놈이 뻔뻔한 낯짝으로 감히 어딜 나서냐. 게다가 그 살짝 정신나간 듯한 앞머리 모양은 네놈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잖아. 네 도움 따윈 필요없어. 쓸데없이 참견하면 죽인다."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뭐, 네 말이 맞아. 어렸을 때에 비하면 둔해졌어. 그래도 뭐 어떡해. 아가씨를 빤히 쳐다볼 수도 없잖아. 최소한 관심 없는 척이라도 해야 되니까. 굳이 말하자면 둔해지려고 쓸데없이 노력해 온 내가 나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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