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걸로 보이는데. 가끔은 내가 묻고 싶어."
그 한숨 섞인 소리가 다 뭐냐. 어쩐지 나를 탓하는 것 같지 않으냐. 뭘 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는 그저 싱거운 생각뿐이었다만. 세상 무엇보다 가볍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방정맞은 입 꼬리가 얌전히 내려와 있으니 꽤 심각한 상황이구나. "미안⋯⋯ 슬슬 성가신 양반들을 또 상대하러 가야 하거든. 출발하기 전에 밥이나 먹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겠지. 생각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져. 오늘은 문제 일으키면 안 돼. 쌍둥이나 그쪽 식구들하고는 연락하지 마." 나는 쯧 혀를 찼다. 설령 무언가 불편한 진실 한두 개가 고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해도 스스로 짊어진 것이다. 주저사가 되어 버렸던 옛 절친, 저주의 왕을 삼켜 버린 제자도 다른 주술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는 인물이니 어쩔 수 없는 처사인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만큼은. 그에게 억지를 부린 적이 있는 나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지는 않다. "어떤 잔소리를 듣게 될 예정인지 묻지는 않겠다. 괜한 말이 나도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원치 않는 바다. 문제 일으키지 않으마. 뭣하면 네가 돌아올 때까지 방에서 나가지 않겠다. 전화기도 맡기마. 그러니 더는 투덜대지 마라." "미안하다고. 근데 진심으로 투덜거릴 생각이 있었으면 나는 그날 도쿄로 돌아오지 않고 네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을 거야. 그리고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따졌을 거야. 너랑 나, 묻고 싶은 게 잔뜩 있어도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잖아." "너한테 끌려다니기 싫어서 그랬다 왜. 너답게 굴어. 네가 언제부터 눈치를 봤냐. 어차피 놈들 생각 따위 들을 마음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었잖아. 그렇게 싫으면 가지 마. 까짓것 나중에 같이 변명해 줄게. 내 핑계라도 대든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면 눈을 보지 않아도 시선 가는 곳을 알지. 말도 없이 눈으로 패기만 하면 어쩌란 거냐. 그러다 킁 삼키고는 시원하게 잊는다. 되돌려서 또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다. 그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도 모른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해. 안 그럼 정말 데려갈 거야. 너한테 지옥 소굴이나 다름없지만 잡아먹기야 하겠어." "그래, 가 준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대놓고 무시하면 머리를 날려 버릴지도 몰라. 뒷감당은 결국 네 몫이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