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유지, 노바라. 3 인조의 임무가 끝난 뒤 고죠 선생님의 넓은 아량으로 회포를 풀기 위해서 밥을 먹고 노래방에 왔다. 따지고 보면 나는 고전과 아무 상관 없고 외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인데도 고죠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왔다.

 유지가 오프닝을 장식했고 메구미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소파에 앉은 채 마지 못해 장단을 맞췄다. 노바라의 차례에 나도 사인을 받고 호응했더니 마라카스를 흔들며 응원하던 고죠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쪽팔린데 안 할 수도 없고. 테이블에 놓아 두었던 음료를 들이켜 얼굴을 식혔다. 뭐, 나도 이렇게 노는 게 싫지만은 않다.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기 시작할 때 즈음 유지가 메구미를 팔을 잡아당겨 반 강제로 일으키려 했다. 메구미는 알겠다는 듯이 일단 유지의 손을 뿌리치고서 음료수를 마셨다. 점잖게 앉아 있던 것은 다른 형태의 워밍업일 뿐이었다.

 "미래의 여신님을 찬양해라, 남자들아!"

 "우유 빛깔 노바라! 사랑해요 노바라!"

 그렇게 메구미마저 스스로를 내려놓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주술사라는 직업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지도. 어떤 직업이든 육체적인 피로가 무엇보다 크겠지만 정신적인 피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죠야. 너도 한 곡 불러 봐라. 같이 놀자."

 "나? 나는 뒤에서 장단치는 것도 재밌는데."

 "어허, 눈치 볼 것 없어. 한창 때는 장난아니게 놀았잖아. 지금도 기억난다. 우유 빛깔 쇼코! 사랑해요 쇼코!"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아니, 뭐,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흐흐흐. 이제 선생님이니까, 체통을 지켜야지."

 이 녀석이 왜 이래. 못 본 사이 정말 철이라도 들었나. 결국 녀석마저 따분한 어른이 되어 버린 건가. 평소부터 좀처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녀석이다 보니 고죠라면 자기가 나이를 먹어 간다는 사실도 크게 개의치 않을 줄 알았다. 아저씨라고 놀렸을 때도 은근 뭐랄까, 조금 주눅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기분 탓만은 아니었나 보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무것도 아니다."

 "뭐야, 신경 쓰이게."

 글쎄, 볼에 살이 붙고 턱은 갸름해졌다. 날카로웠던 인상이 살짝 부드럽게 변했달까. 원체 반반한 얼굴이라 계집애들이 난리를 피우던 시절 만큼은 아니라 해도 여전히 미남이다. 그리고 굳이 덧붙이자면 지금이 더 귀엽다.

 "내가 하려는 말은, 어른에게는 어른의 즐거움이 있는 법이지."

 "주책⋯⋯ 애들 있는 데서 뭐라는 거야. 어른의 즐거움이 뭐야."

 "뭐냐면, 어⋯⋯ 애들 먼저 보내고 술이라도 마시면서 얘기하자."

 "풉, 네가 내 제자의 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않는 이상 나는 이 나라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아, 물론 그러시겠지. 이렇게 하면 어떠냐. 네가 마시는 동안 그냥 네 옆에 앉아 있으마. 주스를 마시든가."

 "그것도 문제야. 어떻게 감시망으로부터 벗어난다 해도 지금 네 모습은 나한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하거든."

 청춘의 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로는 그런⋯⋯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서 평범하게 말을 꺼내 본 것뿐이었는데. 문득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니 한숨이 나왔다. 어딜 어떻게 봐도 10 대 꼬맹이. 게다가 교복. 웃기지도 않는다. 적당히 2, 30 대로 해 두면 좋았을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지만, 괜시리 또 음료를 집어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니까 술 얘긴 없던 걸로 하고. 노래방 말이야, 다음에 네가 제안하면 나도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 볼게."

 "하하하. 진작 그리 나올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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