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지금은 말이야. 나는 너를 그리 부른다. 불러 놓고는 싱겁게도 그뿐이구나. 과거에 아이 부르듯이 네 이름을 말하던 시절도 있었지. 여기 다른 고죠가 없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 아무런들 어떠냐. "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뭐야, 왜 말을 못해. 전화 잘못 건 사람처럼." 그러게 말이다. 무슨 말이든 해야 될 텐데. 딱히 입장 바꿔서 내가 꼭꼭 숨어 버린 고죠를 기어이 찾아내 부른 게 아니라 할지라도 부른 사람은 나였다. 이상하게 부담스러워서 적당히 들어맞는 다른 화제를 끼워맞추기로 했다. "저 놈들 그냥 둘 거냐.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장난만 치는데. 건강한 건 좋다만 가끔 쓴소리도 해야 한다." 아이들은 훈련 일정이 없는 날 개인 트레이닝을 한다. 이때는 담당 교사의 지시를 착실히 따르는 녀석도 있고 그러지 않는 녀석도 있다. 그래서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따금씩 고죠와 나도 다른 교사들처럼 멀찍이 서서 감시 아닌 감시를 한다. "네가 말하든가. 나는 방해하기 싫어. 나중에 커서 고죠 쌤의 혹독한 훈련으로 청춘을 보냈다고 하면 어떡해." 얼마 전 부상을 입은 메구미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 공 차기도 힘들어하는 반면 같은 날 큰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던 유지는 활력이 넘쳤다. 노바라가 공을 차자 뻥 하고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우리 세대의 주술사들은 대부분 가문에 얽매여 있어. 아마도 죽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내 제자들은 달라. 이미 오래 전 가문에서 제명된 도련님에, 며칠 전만 해도 지극히 평범했던 고등학생에, 도시를 동경해 상경한 시골 소녀⋯⋯ 그래서 좋은 거야. 예측할 수 없어서. 이 좁아터진 세계에 평생 갇혀 지내기에는 너무 아까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고죠의 제자 중에는 마키나 토게 같은 명문가 출신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술사들이 교육보다 혈통에 의지해 명맥을 이어 가는 가운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달리 말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꺼리는 집단에 힘을 싣는 격이고 이는 기득권으로부터 미움을 살 행보다. 원로 정도를 제외하면 고죠와 대립할 만한 인물이 없을 뿐. 그런 녀석이기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생각하면서 몇 번 힐끔거렸더니 고죠가 나를 홱 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도 모르게 당황을 하고는 그대로 외면했다. 눈이 마주쳤다고 하기도 뭐 하지만 부득불 그것을 피함으로써 도리어 빈틈을 보인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대놓고 눈치보지 말아 줄래. 할말 있음 그냥 해." 고죠는 더욱 적극적으로 내게 집중했다. 물론 팔짱끼고 여유를 부리는 듯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되돌아가 고민해야만 했다. 뭐라고 둘러대지.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서 입술을 오물거리다 말했다. "할말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아, 그렇지. 아까부터 네 뒤통수가 나를 놀리는 것 같더구나. 하여 사토루 너는 어찌 뒤통수까지 그리도 맹랑하냐 말하려 했지. 그런데 막상 네가 돌아보니 요 입이 떨어지지 않는 까닭이 무엇일까." 나는 말을 마칠 때쯤 고죠를 쳐다보지 않았다. 중간부터는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그러자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고죠가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딱히 불쾌하지 않았지만 그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어쨌든 말했음 됐지. 잘 들었어. 그리고 내 뒤통수 가지고 뭐라 하지 마. 그냥 솔직하게 나를 봐 달라고 말해. 어딜 가나 너를 구박하는 인간밖에 없으니 내가 한눈 파는 게 불안하기도 할 거야. 근데 사토루는 언제나 듣고 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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