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나는 지금까지 또래의 누구보다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본 아이일 것이다.
물론, 내가 친구들보다 조금 더 성숙하다는 이유로 유난을 떠는 게 아니다. 단지 나의 운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치하 일족 아버지와 센쥬 일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것만으로 얘기는 끝난 셈이다.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인과에 얽매이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만, 분명한 것은─ 만약 운명이 내게 허락해 준다면, '나는 평생 동안 단 한 사람만을 따를 것이다'. "평생 따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할 수만 있다면요. 늙은이들보다는 잘생긴 도련님의 시중을 드는 게 훨씬 낫잖아요. 게다가 도련님하고 저, 꽤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궁합을 보면 천생연분일지도 몰라요. "나는 너와 연분을 더 쌓은 뒤 이 주제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눠 볼 생각이었다만. 흐음, 네 말을 들으니 조금 앞당겨도 괜찮을 것 같구나. 네가 센쥬에 충성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인가?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아픈 곳을 건드리시는군요. 그야, 배신자라는 말을 평생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아니지요. 낙인 따위에는 얽매이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아버지께서는 모종의 이유로 우치하를 배신하고 부츠마의 사람이 되셨다. 결과적으로 나는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채 태어나야 했지만 오히려 배신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아버지를 원망했던 적은 없었다. 어머니께서도 아버지와 결혼한 이유는 어떤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사랑해서'였다고 말씀하셨다. 몇 번이나 들었는지─ 덕분에 나는 그 말에 담긴 중요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하듯이 나 역시 두 분 모두를 사랑한다. "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답니다. 배신자라고 박대 받아도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날 생각은 없어요. 왜냐면 여기에 제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방이 있고, 침대가 있고, 책상이 있잖아요. 무엇 하나 저에게는 버릴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건… 저 자신과 맞바꾸는 일이나 다름없죠." "어쩌면 내가 그것들을 빼앗아 버릴 수도 있지. 너에게 소중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야. 예를 들어 내가 너를 지키는 일보다 다른 이익을 더 우선시한다면 어쩔 테냐?" "토비라마 님께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해봤자 일족과 관련된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저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거예요. 자신을 위해 살 것이냐, 일족을 위해 희생할 것이냐. 간단히 말해 도덕적 트라우마인 거죠. 개인적인 충성심과는 전혀 상관 없어요. 제가 얼마나 도련님… 토비라마 님을 좋아하는데요. 헤헤헷." 따르는 사람으로서 100점짜리 대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더 고민해봤자 의미는 없다. 대부분 어른이 된 후에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니까. 솔직히 '자신의 행복 VS 일족의 안녕'이라면 전자가 더 끌리기는 하지만… 흠흠. 아무튼 그렇다. "과연 적의 편에 놓여도 나를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아이, 당연하지요. 적어도 10년 안에는 안 식어요. 정말로요." "10년씩이나? 아무리 뭐래도 그 정도로 대단한 줄은 몰랐는데." "제가 아무한테나 마음을 내어주는 여자로 보이십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그렇다니까요." 적어도 내가 하시라마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고 있다면. 그래, 절대 가벼운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구로 지내는 건… 온갖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는 하시라마가 이상한 거다. 신념 하나는 정말 굳건하달까. 여러 가지 의미로 별종 같은 녀석이다. 뭐, 그래서 싫어하지 않는 거지만. "토비라마 님께서는 형님의 뜻을 따른다고 하셨죠?" "그랬지." "장담하는데, 하시라마는 제가 적진 한가운데 있어도 저를 좋아할걸요." "그래서… 나도 그래야만 한다는 건가?" "역시 내 마음을 잘 아셔." 아니요, 좋아해 주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이 성인이 되면… 어쩌면, 그보다 가까운 날이 될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헤어져야 할 날이 오겠죠. 그때는 많은 걸 바라지 않을게요. 그냥 제 이름 뒷자만 잊어버리지 말아 주세요. 이건 비밀이지만… 사실, 저도 우치하든 센쥬든 별로 상관없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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