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내 하루 일과의 7할 정도는 토비라마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시동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예전과 같이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아침에는 다행히 쓰지 않고 맛있는 차를 끓여서 가져갔다. 그리고 방금 전에 부츠마 일가 소유의 서고에 다녀왔다. 토비라마가 부탁해 놓았던 꾸러미를 받아 오는 심부름이다. 책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보자기 안을 살짝 엿봤는데, 뭐 별 거 없었다. 그냥 의학 서적 몇 권이랑, 두루마리 몇 개, 도구 몇 개. "토비라마 님, 가져왔습니다." "여기에 두거라."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토비라마의 방은 마루 건너편에 있는데 유모의 말로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고 한다. 듣자하니 닌자들의 술법을 연구하는 모양이다. 내가 가져온 것 외에도 잡다한 물건들이 책이나 두루마리와 함께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뭐하고 계세요?"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무릇 5살이라면 어른들에게 경악을 선사할 장난을 치고도 남을 나이다. 토비라마는 또래 아이들과 사뭇 다르지만 그의 눈빛에 대해 말하자면 말 그대로 굉장한 일을 시작하는 순간의 그것이었다. 뭔지 몰라도 내가 때맞춰 잘 돌아왔구나 싶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니 이쪽까지 두근거리지 않은가. "이건 어떤 술법인가요?" "궁극의 목표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이다." "예에?!" "예토전생(穢土転生)이라고 이름붙였다." 예토라는 것은 불계에서 중간계, 즉, 이승을 뜻하는 말이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이승에서 다시 태어나다'. 챠크라나 인술이 인간들과 가깝다고 해도 아직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은 죽음조차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건만 하물며 이미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은 어떨까. " 너는 전쟁을 막을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냐?" 토비라마는 나의 의뭉스런 눈빛을 대답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 주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이것은 실현된다 할지라도 언젠가 사라져야 할 술법이다. 전쟁, 죽음, 부상… 전부 의미없는 것들로 만들어 버리면 인간은 혼란에 빠지겠지. 다만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적의 앞에서 스스로 칼을 내려놓을 때가 올 거다. 내 형제를 한 명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센쥬 일족의 당주 부츠마의 아들인 하시라마와 토비라마. 겉모습을 닮은 건 형이지만, 뼛속까지 제 아비를 빼닮은 쪽은 사실 토비라마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싸움을 그만두고 싶어한다. 다만 지키고자 하는 건 모두 제각각이다. 내 눈에 비치는 토비라마는 적에게 살점을 내어줄지언정 뼈를 취해 가는 녀석이었다. 그에 비해 하시라마는 어떻던가.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누가 살점을 베어가도 안 아픈 척 웃고 있을 녀석이다. 그러니까 나는 토비라마라가 지금까지 어떤 고민을 했고, 왜 예토전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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