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거기 쭈그리고 앉아서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아, 오도로키군. 지금 수사연습중이야." "수사연습이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사건현장의 쓰레기통에서 종종 단서를 발견하곤 하잖아. 범인이 떠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라던가, 장소를 어디로 옮겼는지라던가. 마침 오도로키군의 쓰레기통이 적당히 차있길래, 하핫......" "그래서 뭔가 알아내셨습니까? 그... 추리를 통해서." "물론이지, 들어볼래?" "자신의 쓰레기통이었으니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밑에 있는 이 종이쪼가리는 이틀 전 쯤에 찢어서 버린 것으로 추정 돼. 조합해 본 결과 누군가의 전화번호였지. 글씨가 흐트러진 이유는 서 있는 상태에서 썼기 때문이야. 같은 날 사용했던 종이컵은 커피를 마신 거고, 세 개가 겹겹이 쌓여 있는 걸 봐서는 철야를 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다음날 버린 이 영화티켓은 이번달에 개봉한 청춘의증거이고, 같은 날 사용한 이 휴지에는 눈물을 닦았던 흔적이 남아 있어. 그래서 내 결론은......" "결론은... 뭡니까?" "오도로키군은 이틀 전 길을 가는 도중 어느 여자의 번호를 땄다. 그리고 다음날 그 여자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영화를 봤다. 오도로키군은 나름 분위기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헤어질 때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상처를 받은 오도로키군은 사무실로 돌아와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어때, 내 추리가?" "........." "왜, 너무 완벽해서 말이 안 나와?" "일단... 그 번호는 여자의 번호가 아니라 제 친구의 번호입니다. 휴대전화가 고장나는 바람에 당분간 사용할 수 없다면서 비상연락처를 알려주더군요. 영화를 보기로 한 것도 그 녀석이고요. 그 날 미누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꼭 따라가고 싶다길래 셋이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미누키가 너무 감동적이였다며 울었고... 그 눈물을 닦아준 것이 그 휴지입니다." "설마 하나도 안 맞은 거야?" "당최 저는 길에서 여성분께 아무렇지 않게 번호를 물어볼 만큼 대담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맞았다고 해주지......" "그러기엔 스토리가... 제가 너무 비참해지는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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