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에 미누키의 사진이 들어있어. 볼래?"

나루호도가 로켓을 열어 앞으로 내민다. 그의 말대로, 5-7살 남짓 되어 보이는 미누키의 사진이 로켓 안에 끼워져 있다. 지금도 마찬긴지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이다.

"...나도 미누키의 사진을 현상해서 지갑에 넣고 다닐까 봐."

로켓에서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다. 일찍 결혼했더라면 내게도 사진속의 미누키만한 딸이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 수록 그동안 연애에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아이들을 볼 때 마다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러든가, 미누키가 알면 분명히 기뻐할 거야."

"........."

나루호도의 딸이라면 내게 있어서 조카나 다름없지만, 나는 그녀를 그 이상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나루호도에게 뿐만 아니라 내게도 친딸 처럼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남은 남일 뿐, 나도 언젠가 실제 나의 피를 이어받은 딸 혹은 아들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면 내가 그러길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아?"

"으, 응... 그냥 좀... 어지러워서... 읏!"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는가 하면, 이마에서 깜짝 놀랄 만한 차가움이 느껴진다. ------깨닫고보니 나루호도가 내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있다. 항상 영하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보르하치의 실내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다행히 열은 없네. 이런 데 오래 있으면 감기 드니까 일찍 들어가."

"난... 괜찮아. 집에 돌아가봤자 드러누울 뿐이고, 드러누우면 허리가 아플 뿐이고... 허리가 아프면 괜히 우울해질 뿐이고......"

"그럼 우리집에 가있던가. 오늘은 마술공연이 없는 날이라 미누키 혼자 쓸쓸할 테니 가서 좀 놀아줘. 그리고 시간이 늦으면..."

"...늦으면?"

"자고 가, 하하핫."

생글생글 웃는 나루호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돌보고... 애아빠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렸다 잠이 든다니... 그건 마치 부부 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점점 얼굴이 뜨거워짐에따라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돌린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얼굴이 빨개져?"

"아, 아무것도!"

"하여간 아직도 소녀감성이라니까, 는."



이름:나루호도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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