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악세사리와 학용품,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형들...... 역시 일찍 결혼하는 편이 좋았을까? ------사무소 이곳저곳에 놓여있는 미누키의 물건들을 훑어보니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쓸쓸한 기분이 든다.

"그럼 이런 곳에서 일에만 매달려있지 말고 밖에 나가. 나가서 괜찮은 남자와 데이트하고, 연애를 시작하라고."

"........."

나루호도의 말이 못이 되어 가슴에 깊이 박힌다. ------그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지만, 차마 고개를 들어올릴 수가 없다. 마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어린 나 자신이 울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한단 말이야', 하고......

"참 나, 소개나 시켜주고서 말 해."

"음... 누가 좋으려나."

끝내 솔직해지지 못하는, 솔직해지지 않는 자신이 너무나도 지겹고 싫어진다. 이제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녀석이라도 나 보다는 나을 테니 네가 골라 봐."

"...갑자기 웬 자기비하?"

"딱히 비하하는 거 아냐, 그게 사실이니까. 하하핫."

"........."

"다녀왔습니다!"

두사람의 주변에 묘한 침묵이 맴돌기 시작하려는 찰나, 사무소의 문이 덜컥, 하고 열리며 오도로키군과 미누키가 안으로 들어온다. 사건현장에서 꽤나 애를 먹었는지,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언니, 아직 있었네!"

"응, 미누키 얼굴 보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이제 돌아갈거야? 저녁 먹고가."

"글쎄, 오늘은 별로 생각이......"

"........."

일찍 돌아가서 머리를 식히려고 했는데, 어째서인가 더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다. 미누키의 간절한 눈빛과 나의 두손을 꼭 붙잡고 있는 그녀의 따뜻한 손이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알았어, 그럼 먹고 갈까."

"야호!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미누키의 방에서 같이 자는 거다?"

"그건 아빠한테 물어봐야......"

"딱히 상관없어, 한 두번 일도 아니고."

나루호도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확실히 이제와서 그의 허락을 구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미누키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거나 베개싸움을 하고, 그러다 동시에 잠이 드는 날은 여태껏 수도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문득 눈이 마주친 나루호도도 고개를 모로 돌리며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역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예쁜 아가씨 뿐인가 보다.



이름:나루호도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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