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딱히 작은 편은 아니잖아... 뭐 얼마나 더 크려고?"

"요즘엔 여자도 장신이 대세야. 일단 키가 커야 살이 쪄도 별로 티가 안 나고 말야, 뭘 입어도 라인이 살고, 뭘 신어도 다리가 예뻐보이거든."

"...그건 좀 과장이지. 전국의 단신들이 그 말을 들으면 어디 억울해서 살겠냐. 게다가 키가 작으면 작은대로 귀여운 매력이 있잖아."

"구식스럽긴, 귀여운 여자가 잘 나가는 그런 시대는 옛날에 끝났어. 요즘여자들에게는 남자못지 않은 파워풀한 포스가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 훤칠한 키가 필요한 거고."

"파워풀한 포스라... 뭐어, 여자들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남자들은 보통 자기보다 키가 큰 여자라던가,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고......"

"넌 남들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잖아. 너보다 키가 크면 여자가 180이 넘는 건데 싫을만도 하지 그건. 하지만 무조건 남자가 여자보다 커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돼. 이젠 여자들의 6070시대니까."

"6070...? 160~179cm?를 말하는 거야?"

"그래! 요즘 애들은 워낙 어렸을 때 부터 관리를 철저하게 받아서 중학생인데도 나랑 비슷하거나 더 커. 그러니까 세상은 이미 6070시대에 들어선거지. 나도 몇 센티만 더 컸으면 그 축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아, 넌 좋겠다 조상님들이 키 크셔서!"

"얼씨구... 불평은 그만해. 내가 너 살면서 키 작은 것 때문에 손해보는 일은 없게 해줄게. 됐지?"

"어떻게?"

"네 말대로 난 우월한 유전자를 이어받아서 이렇게 분에 넘칠만큼 키가 크니까 그렇지 않은 널 위해서 기꺼이 선행할게. 네 부족한 키를 내가 대신 채워주는 거야. 어때?"

"그래봤자 높은 곳에 있는 물건 대신 꺼내주는 것 밖에 더 되냐?"

"포인트는 내가 널 위해 그런 일들을 대신 해준다는 거야! 결국 니가 나를 움직이는 거니까 내 키는 네가 가지는 셈이라고."

"다른 누군가의 키를 가진다니... 뭐야 그게......"

왠지 묘하게 든든하고, 기쁘고, 쑥쓰럽다.



이름:나루호도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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