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외출준비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던 길에 열 살남짓 되어 보이는 어느 여자아이가 높은 나뭇가지에 풍선이 걸려 곤란해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나는 선뜻 그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도움을 주었다.

아이는 풍선을 되찾자마자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였고, 나는 별것 아닌줄 알면서도 내심 뿌듯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그런데 그때......

"감사합니다, 아줌마!!"

"......"

마치 심장을 후벼파듯이 들려오는 그아이의 짧은 한 마디에, 일순간 사고가 정지한 나머지 헛웃음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아...아줌마 아닌데......"

"아, 죄송합니다! 이모!!"

"........."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을 뒤로한 채 법률사무소에 도착한 나는 마침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루호도에게 투덜거리며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큭...크크큭......"

나루호도는 얼핏 평소와 다름없이 '그래?'하고 무심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뒤로 돌아서서 나 몰래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아냈다. 몰래라고 해봤자 스스로도 티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지금 웃음이 나와?! 난 굉장히 심각하다고!!!"

"뭐 어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한 말 가지고 너무 그렇게 열내지마. 중요한 건 네가 아직 청춘기의 아가씨라는 사실이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꾸밈없이 다닌 탓인가?"

"음... 뭐어, 그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네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 한다고 생각해."

"내 특유의 분위기라니, 그게 뭐야?"

"뭐랄까... 여성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기대어서 의지하고 싶은 분위기? 어떤 응석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줄 것 같은 그런 거."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내가 엄마 같다는 말이야?"

아이는 커녕 결혼도, 아니,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남자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는 내게 벌써부터 그런 성숙한 분위기라니------ 좋게 말해서 성숙하다는 거지 나쁘게 말하면 그냥 애늙은이라는 거잖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보는데. 네가 새파랗게 어린 남자들에게 인기있는 이유중 하나일지도?"

나루호도가 싱글생글 웃어보이더니 자신의 책상 앞으로 돌아가 다시금 펜을 손에 쥔다. 하여간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름:나루호도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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