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검찰청에 들렀다. 미츠루기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조사서도 받았으니, 이제 다른 지인들에게 방문해 안부를 물어볼 차례다. ------이전 직장이다 보니 지인이라면 수도없이 많지만,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루호도의 사무소에 들러 저녁을 먹어야 해서 시간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한 분께 잠시 얼굴만 내비추고 갈 수 있는 정도다. ------듣자하니 유우키검사님께서는 출장중이신 모양이고, 고도검사님께서 어젯밤부터 쭉 사무실에서 철야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한 손에는 커피를, 한 손에는 에너지드링크를 사들고 고도검사님의 사무실에 가는 중이다.

"잠깐......"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복도 한 켠에 위치한 휴게실로 시선을 향한다. ------하여간 이놈의 쓸데없는 장난끼는 나이를 먹어도 도통 변하질 않는다.

"이거, 색깔이 비슷해서 섞어도 티 안 나겠지?"

잠시 휴게실의 소파에 앉아 손에 들고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커피잔의 커피가 넘치치 않을정도로 에너지드링크를 부어넣는다. ------요즘 애들은 이걸 뭐라고 하더라... '붕붕드링크'라고 하던가? 아니, 그건 커피가 아니라 이온음료와 섞는 거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커피와 에너지드링크의 혼합을 완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과연 검사님께서 알아차리실까? ...가 아니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나. 일단 맛에서 확 티가 날 테니까.

똑똑똑-.

"검사님. 저예요, ."

"아아, 들어와 아가씨."

덜컥-.

"어제 철야를 하셨다고 들어서, 커피를 가져왔어요."

내가 책상 앞으로 걸어가며 힐끗힐끗 눈치를 살피자,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셨는지 검사님께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신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해오지만,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장난이다. 이미 에너지드링크가 섞여있는 커피는 내 손을 떠났으니 말이다.

"어디, 오늘은 아가씨가 어떤 커피를 가져왔는지 볼... 음?"

"........."

여느 떄와 다름없이 커피의 향을 맡으시던 검사님께서 문득 동작을 멈추시더니, 가만히 커피잔을 내려다보신다. ------아무리 티가 나도 마신 후에야 알아차리실 줄 알았는데... 역시 커피마니아의 후각은 속일 수 없나 보다.

"...뭐, 상관없나."

크게 한 소리를 듣게 될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검사님께서 아무 말씀 없이 손에 들고있던 잔을 살며시 기울여 커피를 드신다. ------설마하니 깨닫지 못하셨나? 아니, 그럴 리 없다. 단지 커피의 맛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티내지 않고 계실 뿐이다.

"맛이 어떠세요?"

"너무 훌륭해서 그런지 눈이 번쩍 뜨이는군. 고마워, 아가씨."



이름: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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