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게 꼭 변해야만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난 변함이 없기 때문에 나로 있을 수 있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솔직히 나도 지금과 다른 가이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어."

 "그럼 됐어. 난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친구로서 네 곁에 있을 거다."

 "……."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이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줄곧 마음속으로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고,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다. 그 말처럼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로서 계속 변하지 않길 바라지만, 가슴 한 편에는 그것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남아 있다.

 좋아했는데. 잘 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아쉬움.

 "내일 마을 밖으로 임무를 나간다면서? 이번엔 얼마나 걸려?"

 "1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허나 경우에 따라서 2주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또 장기 임무구나… 위험하진 않아?"

 "아아, 전혀 그런 것은 없다."

 "거짓말."

 나는 이 잠깐의 침묵에 익숙해져 있다.

 "가이 넌 거짓말 할 때 말투가 변해."

 또 한 번의 침묵 속에서 가만히 지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이의 팔이 어깨를 감싸온다.

 "걱정 마라! 어떤 임무라고 해도 난 언제나 무사히 돌아오지 않나! 너를 위해서라도 절대 죽지 않는다고!"

 듬직한 손. 강한 힘. 하지만 난 이 힘에도 익숙해져 있다.

 "단지 스태미너가 더 뛰어나다는 이유로 체술형 닌자들에게 장기 임무를 죄다 떠맡기는 건 불공평해."

 "각자의 특기를 최대한 살려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치만 어제 돌아온 직후잖아. 쉴 틈도 주지 않고 이렇게 바로… 너무해."

 "난 몸이 근질근질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그래, 너를 누가 말리겠냐. 가라, 가."

 "삐친 거냐? 하하하하."

 "……."

 그때, 가이가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폭포가 떨어지는 숲속에서.

 "나, 내일 S 랭크의 장기 임무를 나가게 됐어.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너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어."

 그 순간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그만하자."

 관계가 지속된 시간, 4년.

 "미안, 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미련을 갖지 않기엔 너무 짧고, 간단히 잊어 버리기엔 너무 길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에 아련하게 새겨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다만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게 있어서 '진짜 의미'의 첫사랑을 말하자면, 그것은 가이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이는 그날 이전부터 이미 위태로이 흔들리고 있었다.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지만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 가슴은 가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랐다. 그리고 상처받았다.

 울거나 싸우지는 않았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이는 꿈을 쫓는 아이였고, 나는 그런 가이를 쫓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나… 네가 날 걱정하는 이유는 자신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매일 매일, 어제보다, 오늘보다, 내일보다 더 강해지려고 노력했어."

 "그런데도 난 언제나 너를 걱정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들고, 화나게 만들고, 힘들게 할 뿐이라서…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어."

 "포기하고 싶어. 너는 계속 웃는 얼굴로 있어줬으면 좋겠어. 설령 이대로 계속 네 옆에 설 수 없다고 해도 말야."

 평생 곁에 있어준다는 자신과의 약속. 가이는 그 약속을 지금까지도 계속 지키고 있다. 단지 연인으로서 아니라 친구로서일 뿐이다.

 그 후 가이와의 관계를 지속해오면서 내가 느낀 것은 깊은 우정, 그리고 아쉬움이었다. 앞으로도 이 아쉬움만은 계속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가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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