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인.다. 분명 말했을 텐데?"
"앗 따거! 뭐야, 이거? 모래? 우어, 우어어, 뭐야, 뭐야, 바람도 안 부는데 모래가 멋대로 움직… 꺄아아아아!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나 이거 영화에서 본 적 있어! 미라 나오는 녀석! 싫어, 소름끼쳐! 미안! 꺄아아아! 미안, 미안, 미안! 이제 다시는 안 나타날게! 얌전히 꺼질게! 그만둬! 그만둬어어어어!" "크윽… 시끄러워, 좀 닥쳐…!" 어라? 모래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고보니 조금 전까지 살기 뿜뿜하고 있던 녀석이 언제부턴가 머리를 부여잡고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가, 이 녀석 시끄러운 소리에 약한 건가! 그거라면 내 전문이지! "싫어어어어! 모래 따가워! 내 백옥 같은 피부에 상처가 나버려! 부탁이야, 사귀어줄 테니까 용서해줘! 사실 난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아이돌이야! 그런 나를 갖는 것으로 참아주지 않을래?" "웃기지 마! 그런 말을 누가 믿을까보ㄴ… 크윽…!" 방금 이 녀석 화내는 게 왠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지…? 뭐랄까…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듯한 느낌으로… 잠깐 다른 캐릭터가 되었던 것 같은……. 뭐, 확실히 불과 바람의 나라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나라이니까 미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자아를 잃어가면서까지 황당해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내 주둥아리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모래라면 내 인술로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해볼까. 이번에야말로 내 고유의 풍둔 술법을…! "어쟀든 살고보자! 풍둔! 사지돌파의 술!"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모래들이 쓸려나간다. 겨우 이 정도인가. 속으로 살짝 자만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오한이 서리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발밑에서 모래가 내 발목을 감싼다. 그 힘이 마치 뼈를 부숴뜨리는 것만 같다. 이거야 원, 방심했다.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까……. "싫어어어어어어! 난 그냥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다니, 너무하잖아아아아!" 모래가 또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지금이다! 코노하 강력 태클! 퍼억-. "ㅋ헉…!" 내 팔뚝에 가격당한 녀석이 그대로 나와 함께 바닥으로 털썩 쓰러진다. 정확히 목젖을 노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스태미너가 약해서 체술에 젬병이었던 나는 체술의 달인인 가이에게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사람의 급소를 노려 단숨에 쓰러뜨리는 기술을 배웠다. 지금의 나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꺄아아, 오늘 처음 만난 남자를 덮쳐버렸다! …라고 좀 더 방정맞게 장난을 치곤 싶지만, 어때? 이렇게 딱 붙어 있으면 나한테 모래를 이용한 공격은 못하겠지? 근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네 개의 발이 보인다. 남자아이 하나와 여자아이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처음엔 내 밑에 깔려 있는 이 빨간 머리 녀석을 구하러 온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단지 보고만 있다. 아주 당황한 듯한, 아니 어이를 상실한 듯한 표정으로. "가… 가아라의… 절대방어가……." "듣지… 않았다……." 절대방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겨우 내 태클에 당할 정도인데 절대라고 말하는 건 좀 민망하지 않나? 워낙 깔끔하게 들어가기도 했지만. "크흑… ㅅ… 막혀… ㅂ켜……." 거짓말! 목젖을 맞았는데 말을 한다고? 깨닫고보니 내가 가격했던 부분의 피부가 고체저럼 딱딱하게 변해서 조금 부숴져 있다. 모래로 분신을 만든 것일까. 아니, 다르다. 분신이라면 그 정도 파워로 맞고서도 버틸 리가 없다. 내 가슴에 얼굴이 묻혀서 숨막혀할 리도 없다. 이것은 확실한 본체다. "아, 미안, 미안. 괜찮아? 갑자기 공격하니까 그런 거잖아. 이제 정말 성가시게 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보내줘." 떨어지면 또 모래가 덮쳐올지도 모른다. 녀석의 동료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 만약 보내주지 않는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느꼈던 강력한 살기는 상당히 가라앉은 것 같다. "으아, 모래가 옷 안까지 들어와서 온몸이 모래투성이야. 내가 덮쳤는데 반대로 덮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설마 이것도 네가 의도한 거야? 그렇게 안 봤는데 야한 녀석이네." "네놈… 무슨 헛소리를… 크윽…!" "꺄아아아! 아냐, 아냐, 아냐! 말이 헛나왔어! 그럼 나 진짜 가볼게! 간다? 응? 갈게! 다음에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해줘!" 쌔애앵-. "뭐가 다음에 만나면이냐…!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뭉개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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