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괜찮은 거냐? 음?"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아지트로 돌아오는 데이다라를 마중하러 나왔다. 이런 시간이 되면 그냥 발이 닿는 곳에서 적당히 묵고 다음 날 왔을 텐데, 워낙 임무를 떠나 있던 시간이 길었던지라 데이다라도 빨리 돌아와서 쉬고 싶었던 모양이다. 휘청-. "…!" 데이다라가 쓰러질 뻔한 나를 부축해준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피곤할 텐데, 보나마나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이럴 때만이라도 내가 힘이 되어줘야 하는데. 생각만 앞설 뿐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냐? 음?" "괘… 괜찮아……." 식사량을 줄이고나서부터 줄곧 허기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려왔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견딜만 했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면서 힘이 빠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머리를 쾅 얻어맞은 듯이 사고가 끊기며 엄청난 현기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응……." 의식이 흐려져 아지트 앞에서부터 방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모르겠다. 아, 중간부터는 데이다라가 안아 올려서 왔던가. 여자치고 딱히 가볍지도 않은 나를 피곤한 몸으로 옮기다니 미안해서 얼굴을 못 마주치겠다. 지금은 고개를 들 힘도 없지만. "나, 방으로 돌아갈게." "오늘은 나랑 여기서 자라. 음." "아니야, 오랜만에 오빠랑 같이 있고 싶… 윽…!' 무언가 예리한 것이 머리로 날아와 깊숙이 박히는 것 같은 현기증이 또 다시 시작된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으니 신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나리는 내일 봐도 되잖냐." "아무 말 안 해도 분명 내가 데이다라만 너무 쫓아다녀서 속으로 서운해하고 있을 거야.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으니까, 후훗." "이런 널 보내놓고 내가 맘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으냐?" "단순한 현기증일 뿐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니까…" "이제 널 책임질 사람은 나다! 그러니 내게 의지해라, 음!" "……." 꽈아악-. 데이다라에게 붙잡힌 양팔이 아프다. 놀라움이 가실 새도 없이 아픔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의 품으로 쓰러진다. 이윽고 천천히, 그가 나를 다시 침대 위로 눕힌다. "미안… 나도 모르게……." "아니… 괜찮아… 나야말로… 미안해……." 머리가 멍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심장은 평소와 같이 뛰고 있다. 데이다라에게 두근거리고, 아프기도 하고, 미안함을 느낀다. ", 너 말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냐? 음?" 내게 이불을 덮어주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데이다라가 말을 잇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자만하고 있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만… 내게는 언제나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다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냐…? 음…?" 그저 깨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반쯤 감긴 눈으로 말 없이 데이다라를 바라본다. 침묵이 길어지자 그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을 뻗어 뺨을 감싼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 "?" "내가 뭘 해도 결과는 언제나 서툴 뿐이고… 조금 변하려고 해도 그닥 달라지는 것은 없고… 데이다라는 언제나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할 뿐이니까……."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음?" "난 상관없다는 그 말이 싫어. 지금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계속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 그가 나를 말 없이 내려다 보더니 이내 고개를 모로 돌린다. 그리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내게 말한다. "몸을 망가뜨리는 다이어트는 그만둬라. 무리하게 내 식성에 맞출 필요도 없어. 뭣하면 내가 바꿀 테니까, 고기든 뭐든 먹으라고. 음." "싫어." "너 말야…!" "싫어. 데이다라가 싫어하니까 싫어. 솔직히 지금 내 겉모습 데이다라의 취향이 전혀 아니잖아? 얼굴도 몸매도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잖아? 너한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은데, 맘처럼 되지 않으면 여자로서 자존심이 무지 상해. 그래서 더, 더, 지금과는 다르게 변하고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 "……." "연애라는 건 언제까지고 마음만으로 만족스럽게 이어나갈 수는 있는 게 아니잖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나 하나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순진하진 않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니가 어울려주면 좋아라 하는 바보 아니라고, 나!"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런 일을 저질러 버린 것 같다. 현실을 그렇게나 잘 알고 있으면서, 데이다라에게 고분고분 얌전한 모습만 보여도 모자랄 판에 이런 식으로 화를 내다니. "……."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보다는 데이다라 쪽의 근심이 더 커보인다. 왠지 조금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다. "내가 널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섭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잇는다. "난… 네가 점점 지쳐가는 게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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