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얼굴을 보니 정말 폭발하기 일보직전 같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음?"

 "그… 그게… 히, 히단이 말야! 아무리 얘기를 해도 언제나 노크 없이 문을 확 열어 버리잖아! 옷 갈아입고 있었는데 갑자기 처들어와서는…(화끈화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냐.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나도 한 마디 해둘 테니 그냥 없던 일로 치고 잊어 버려라. 음."

 "자기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니야? 난 정말 부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구. 지금도 폭발해서 사라지고 싶어."

 "그래서 일부러 나에게 달려온 거냐? 시시하군."

 "시시하다니……."

 왠지 데이다라가 차가운 느낌이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조금 피곤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너, 옛날에 내가 했던 말을 농담으로 들었던 거냐? 아니면 내 예술을 얕보고 있는 거냐?"

 “에?”

 “너의 목숨을 내 예술로 끝내고 싶다. 그래, 다른 말로 하면 널 폭파시키고 싶은 거지. 그건 일말의 여지도 없는 진심이었다. 너 이전에는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 적어도 너에게 만큼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리기 전에 말야. 예술가에게 인내란 그런대로 짜릿한 것이더군… 나야말로 참기 힘들다고… 그러니 내 앞에서 그런 시덥잖은 이유로 폭발을 입에 담지 마라…….”

 데이다라가 천천히 내쪽으로 손을 뻗어 이마에 얹는다. 커다란 손과 긴 소매가 시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의 얼굴을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잠시 정적이 맴돈다. 부드럽고 미끈거리는 것이 문득 이마를 슥-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피식-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데이다라가 손바닥의 입으로… 아니, 입이라기보단 혀로 내 이마를 핥았다. 낼름 하는 순간 정전기와도 같은 감각이 몸을 타고 올라와서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딱히 싫지는 않다. 그냥 조금 야한 기분이 들어서… 부끄럽다.

 “뭐, 뭐야…….”

 “이걸 뭐라고 했더라… 아, 그래, 그거다. ‘찜꽁’이라는 녀석?(너털웃음)”

 “…….”

 오늘따라 저기압에 조금 전에는 화가 났나 싶을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였건만, 이젠 하하하 웃고 있다… 뭐지… 나를 놀렸던 건가… 당했다고 생각하면 분하지만 그보다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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