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녀석에게 기폭 점토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내쪽이 나쁘지만, 애당초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쪽이다. 자업자득이라고. 음."

 흥, 콧방귀를 뀌는 데이다라. 그래도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는지, 눈동자를 모로 굴리며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다음 임무 때 여유가 생기면 한 번 쯤은 미안했다는 말을 해주어도 좋겠지. 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새침하게 팔짱을 낀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토비가 겉으로는 그래보여도 의외로 속이 깊은 것 같아. 뭔가 필요하다 싶을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서서 도와주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흐응-."

 "뭐야, 그 표정은?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불만 같은 건 없다. 그냥 네가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왜 거기에 내가 아니라 토비 녀석이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 뿐이야. 음."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이따금씩 미울 때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이다라는 내게 상냥한 애인이다. 뭐라고 해도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고, 아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내 곁에는 데이다라가 아닌 토비가 있다. 생각해보면 사소리 오빠가 살아 있을 때도 그랬다.

 아아, 그런가. 아무래도 나는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예전부터 그럴 때는 데이다라보다 오빠를 먼저 찾았기 때문에, 습관처럼 오빠 대신 토비에게 의지를 한 것이다.

 데이다라에게는 언제나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머릿속에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정작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할 때는 그를 찾지 않는다.

 거기에 착하고 고분고분한 토비가 바로 옆에 있으니, 어쩌면 이런 결과는 정해져 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득 데이다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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