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을 목격했을 때 '모순'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모순에 대한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가장 원천적인 것을 예로 들어 보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 주변에 당연한 듯이 존재하는 것, 빛이 그림자를 만드는 것은 모순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카츠키'라 불리는 그림자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멤버들 모두가 나의 가족이나 다름없지만 그들에 의해 많은 이들이 희생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설령 사람들이 나쁜 놈들이라 손가락질한다 해도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폭력은 나쁘다고,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는 언제나 어린 시절부터 함께 웃고 떠들던 멤버들의 모습이 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닌자 마을과 같다. '적'이 있고 '아군'이 있는 것.

 아카츠키 안에서도 평화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멤버들이 본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에 얼핏 보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 일쑤다. 적들은 다짜고짜 공격해 오고, 감금하고,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수치를 안겨주기도 한다.

 어차피 아카츠키가 사라져도 완전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적이 사라진 그들은 머잖아 저들끼리 부딪히고 경쟁하다 결국 분열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선과 악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평화일지도 모른다고, 주제 넘지만 나는 종종 그렇게 생각하고는 한다.

 아카츠키에서 반평생을 보낸 내 애인은 그의 출신지인 바위 마을 닌자들에 의해 S급 수배범이 되었다. 간단히 말해 '제거 대상 1순위'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바위 마을에 갔다가 어느 꼬마 아이의 그림을 보고 은근히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하얀 도화지에 보기만 해도 끔찍한 괴물이 그려져 있고, 그 옆으로 무려 내 애인의 이름, '데이다라'라는 글씨가 보였던 것이다.

 9년 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탈주한 닌자. 워낙 악명 높은 수배범이니 어른들에게 잠깐 흘려 들은 얘기만으로는 괴물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이름의 유래도 '거인'이고 C4 카루라를 보면 과연 그렇구나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뭐래도 내 애인을 도깨비처럼 그리다니… '우리 데이다라는 이렇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꾸욱 참았다.

 아이의 그림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금발의 머리카락이 마치 화염처럼 이글거리고, 하늘색 눈동자는 무슨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라도 되는 양 아주 괴상했다. 그러나 가장 압권인 것은 머리카락도 눈도 아닌 '손'이다. 양손의 입, 내가 냠냠이 쩝쩝이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귀요미들이… 하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끔찍' 그 자체였다.

 점토로 만들어진 새가 '악마의 새'라면 데이다라의 손은 '악마의 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에게도 그것은 '안식을 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사라지지 않는 불안요소'이다. 언제라도 내 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능력'이기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 전서구로부터 편지를 받아 아지트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그런데 토비만 돌아오고 데이다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일이지. 속으로 생각하며 토비에게 물었더니 다름 아니라 요즘 그의 친구를 자주 만나러 간다는 것이었다.

 데이다라가 친구를? 딱히 그의 성격이 사람을 사귀는 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탈주 이후 줄곧 아카츠키에 있었던 그에게 '친구관계'라는 것은 사실상 먼 얘기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오랫동안 전국을 돌아다녔으니까, 어딘가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아무리 뭐래도 아지트로 돌아오는 날까지 만나러 가다니… 내가 빨리 보고 싶지 않은 건가… 뭐어 그만큼 친하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두 번이나 나를 제쳐두는 건 좀 섭섭한데…….

 어쨌든 간에 나는 그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 왜냐면 데이다라도 그랬으니까. 만약 그에게 그러한 관용이 없었더라면 나와 토비는 지금쯤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연하의 애인을 사귀면 한 번쯤은 겪게 될 일이다. 그 나이 또래에 섞일 수 없다는 '소외감'. 그러니 섭섭해도 별 수 없다. 애인인 내가 모든 욕구를 다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용히 아지트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토비로부터 그 친구가 '여자'라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데이다라를 이해해야 한다던 내 간사한 마음은 곧바로 이런 감정에 물들었다. '설마 바람은 아니겠지'라고 하는, 뜨거운, 뜨거운 질투심. 딱히 여자라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 불안하다. 걱정된다.

 에이 설마.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지금 데이다라가 있다는 장소로 향하고 있다. (…) 물론 데이다라를 정말로 의심하는 건 아니다. 토비에게 장소를 말해 주었다는 것은 딱히 숨길 것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잠깐만 보고 오자. 그 정도는 괜찮잖아.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대놓고 스토킹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참 어렵다. 아아, 괴롭다. 이 자괴감. 그렇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안심하고 잘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에는 거의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는데 오늘은 졸리지도 않다. 말하자면 민망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 속으로 되뇌이며 충분히 자괴감을 느꼈을 때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데이다라가 기척을 알아차리면 안 되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소인술을 써서 은신했다. 정말이지 완벽한 스토킹이었다.

 저 멀리 바위산의 낭떠러지가 있는 곳, 둥실둥실 공중에 떠 있는 하얀새 위에 데이다라가 앉아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저것은 점토새의 특징으로, 보통 새는 저런 식으로 가만히 떠 있지 못한다. 히단은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까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다라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는 그가 취한 제스츄어에 있다. 제스츄어랄까, 저것은─.

 데이다라가 두 손을 분주히 움직이며 무어라 얘기하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무언가 재밌는 얘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뭐라 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손의 움직임을 봐도 전혀 예측 불가다. 상대방은 맞은편의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 같은데 나뭇잎으로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 원피스를 입었으니 여자가 확실하고, 멀리서 봐도 굉장히 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이다라가 말하면 그녀도 가느다란 두 손을 움직여가며 대답한다. 저것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의 언어인 '수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이유로 데이다라의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하얀 새는 늘 그렇듯 데이다라의 존재감을 더욱 밝혀주고, 바람에 휘날리는 금발의 머리카락은 반짝인다. 무엇보다 저 손…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는 저 손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시선을 빼앗는다. 눈부신 햇빛과 환한 미소가 곁에 있으니 그야말로 천사… '천사의 손'이라는 느낌이다.

 들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다. 무슨 얘기인지 나도 알고 싶다. 자신에게 필요없는 것이라 여기고 그동안 배울 생각 조차 하지 않았던 것, 모른다는 것, 그것이 너무 한탄스럽다. 하다못해 초보자 정도 수준이라도 되었다면 대충 흐름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내가 느끼기엔 언어라기 보다 예술에 가깝다.

 데이다라는 어쩜 수화를 저리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까. 배운다고 해도 연습할 대상이 없으면 어려울 텐데. 아무래도 저 여인과는 사귐이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러니 능숙해진 거겠지. 내게는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기에 몰랐다.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뭐가 어쨌든 내 애인은, 적이 아닌 약자에게는, 어쩌면 나처럼 평범한 이들 보다 더, 훨씬 더 상냥한 사람이라는 것을.

 (…)

 여러 가지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하루였다. 내일 장을 보러 나가면 어딘가 수화교실이 없는지 알아 봐야지. 시간이 나면 점자도 배워볼까. 모든 게 점으로만 이루어진 글자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배워두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나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방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노라면 샤워를 하러 갔던 데이다라가 돌아와 내 옆에 앉는다. 은은한 샴푸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낮에 스토킹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했다. 요즘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더니 화를 내긴커녕 나를 걱정해 주었다.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그땐 몰래 쫓아오지 말고 같이 가자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친구였다. 데이다라가 아카츠키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싸움에 휘말린 그녀를 혼란틈에서 간신히 빼내었던 것이 첫만남이었다. 그때 자기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머리를 다치지도, 그로 인해 청력을 잃지도 않았을 텐데라고, 데이다라는 약간의 자책감을 느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간간히 만나 안부를 묻다가, 수화를 배우기 시작하고, 친구가 되었다. 마침 나이도 같은 열아홉이었다.

 '그래 뵈도 은근히 성깔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주먹이 날아온다고. 그래서 아까도 새 위에서 내려가지 않았던 거야.' 농담처럼 말하고는 밝게 웃는 데이다라를 보며 나는 다른 의미로 자책감, 아니 자괴감을 느꼈다. 질투 따윈 다 식은 줄 알았는데, 낮에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뜨거운 것이 올라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의젓한 누나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데이다라를 독점하고 싶어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 화난 거 아니지?"

 "내가 왜?"

 뜨개질을 계속하며 대답하자, 자기에게 시선도 주지 않는 내가 더 그래 보였는지 데이다라가 살짝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지트로 곧장 돌아오지 않고 다른 길로 새서… 친구 만난다고 얘기하지도 않고… 그래서… 음……."

 "데이다라에게도 사생활이 있는데 그럴 수도 있지. 화 안 났으니까 걱정 마. 그냥 좀 머리가 복잡해서 그래."

 바위 마을에서 보았던 악마의 손, 낮에 보았던 천사의 손, 두 개의 형상이 서로 교차된다. 그리고 철없는 질투까지. 나는 데이다라의 애인으로서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은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복잡한 생각이라면… 내가 없애줄 수 있다만……."

 스윽-. 다른 건 몰라도 오늘따라 은근히 소심한 그의 손이 허벅지 위로 올라온다. 더듬더듬.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고 하니 저 나름대로 내 눈치를 보며 유혹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변태 아저씨의 성추행 같은 느낌이지만, 푸훗, 속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역시 11살 연하 애인은 뭘 해도 귀엽구나. 질투심 때문에 살짝 괴롭히고 싶기도 하고,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러지 말고 평소의 데이다라처럼 자연스럽게 해 봐."

 "뭐, 뭘 말이냐…? 으음…?"

 "유혹. 너 잘하잖아."

 "……."

 뜨개질 중인 자신의 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여유로이 미소 짓는다. 그러자 데이다라가 털실과 뜨개도구를 홱 채서 멀리 치워 놓고 내 팔을 잡아끌더니 침대 위로 올라 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나는 다소곳이 다리를 모은다. 그렇게 서로 마주 보는 상태가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네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다. 톡 까놓고 말해 봐라. 어… 어떻게 하면… 너랑 할 수 있냐…? 음…?"

 푸훕, 위험하다. 방금 웃음이 터져나올 뻔했다. 귀여워서 그냥 상대해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좀 더 보고 싶다. 데이다라가 오늘 밤 나와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어?"

 "너와 사랑을 나누고 싶다……."

 "솔직하게."

 "기분 좋은 일이 하고 싶다…"

 "더 솔직하게."

 "지금 당장 널 쓰러뜨려서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고 싶다."

 점점 저속하게 변해가는 열아홉의 생각이 조금 경악스러워도, 나는 그의 솔직함을 사랑한다.

 "방금 그 말을 수화로 해 봐."

 "음…?;;"

 짓궂다는 생각은 들지만 딱히 괴롭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낮에 보았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나의 것이었으면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의 것. 그토록 밝게, 마음 편히 웃는 데이다라를 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질투가 나고, 독점욕이 끓는다. 적어도 지금은 나도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

 쭈뼛쭈뼛. 어느덧 공손해진 자세로 데이다라가 양손을 천천히 움직인다. 어차피 나는 봐도 모르니까 대충 얼버무리는 것 같은데 차마 따지지는 못하겠다. 소심한 움직임만 봐도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좀 더 유혹해 봐. 난 손모양만 보고는 알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는 입으로도 말해야 해."

 수화에는 기본적으로 (가능한 경우)구어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손모양뿐만 아니라 입모양을 보고 언어를 이해하는 농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게 그런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애인의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뿐이다.

 "지 금… 너 를… 앞 에 두 고… 무 슨 생 각 을… 할 수 있 겠 냐……."

 자식, 이제 평소의 실력이 나오는구만. 일순간 짓궂은 생각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면서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비단 달콤한 속삭임 때문만은 아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사랑스럽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에 평소보다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아한 손짓이 나의 독점욕을 더욱 불태운다.

 "…손."

 "?"

 "내 냠냠이 이리 달라고!╬"

 저도 모르게 짜증을 확 냈더니 데이다라가 당황하며 얼른 자신의 손을 내어준다. 덥석 붙잡아 쓰담쓰담 애틋하게 어루만지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고, 야릇하게 혀를 섞는다. 방금 전에 양치를 해서 약간 치약맛이 나는 것 같지만 애정의 힘으로 그런 것은 아무 방해도 되지 않는다. 물론 반대쪽도 잊지 않고 똑같은 방법으로 애정표현을 한다. 양손에 모두 키스를 하고나자,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데이다라가 내게 불쑥 다가온다. 얼굴이 빨간 것은 물론 어느덧 숨이 거칠어쳐서 딱 봐도 한계라는 느낌이다.

 놀리는 것은 적당히 하지 않으면. 속으로 쓴웃음 지으며 데이다라의 목에 팔을 두른다. 그가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알고 마침내 키스를 해온다. 여유가 없기에 내 턱을 붙잡고 입을 살짝 벌려서 바로 혀를 넣는다. 억지스럽지만 이렇게까지 애태운 것은 나니까 딱히 싫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의 키스도, 뒤통수를 감싼 손도 은근히 나를 옭아매드는 듯해서 오히려 몸이 저릿하고 아찔하다. 지금은 천사 보다 악마에 더 가까우려나. 어느 쪽도 내게는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저기… 데이다라……."

 "하… 하아… 하아… 뭐냐…?"

 "방금 전의 수화 말야… 제대로 한 거 맞아…? 실은 다른 말이었던 거 아냐…?"

 "눈치 챘구나… 아아… 그렇다… 사실 난 너에게 이런 말을 했다……."

 초점이 약간 흐릿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아직 저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본다. 좀 더, 조금만 더, 이제 곧 닿는다. 마치 때를 기다리는 짐승 같아서 무섭다. 기분탓일까. 움츠러드는 내게 그가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속삭인다.

 "지금 내 입은 너와 놀아 주고 있지만 내 손은 너를 덮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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