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으… 으으… 으으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 '맛없다', '먹기 싫다'.

 도대체 사람이 야채만 먹고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인가?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 딱히 몸무게가 확 줄어든 것도 아닌데, 몸이 바싹 마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왠지 살갗에서 털이 자라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고… 이러다가 토끼가 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

 20년 가까이 이런 식단으로 살아온 데이다라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미 고기의 참맛을 알아 버린 내게는 역시 무리였다.

 하지만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다 나 자신을 위한 싸움이니까.

 "(한숨)"

 "왜 그래, 데이다라…? 샐러드 맛없어…?"

 "내게는 맛있지만, 너에게는 아니겠지. 아무리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어 버릴 필요는 없잖냐. 음."

 "야채는 몸에 좋아… 살이 찌지도 않고… 데이다라랑 같은 것을 먹을 수 있고… 그리고… 아아… 현기증이…….(어질어질)"

 "더는 못봐주겠으니까 그만둬. 괴로워서 신음소리를 내며 먹는 음식이 무슨 의미가 있냐? 음?"

 "의미…? 의미는……."

 아아, 고개를 돌려 데이다라의 얼굴을 볼 기운도 없다. 분명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겠지.

 "나도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이런 욕심을 가지는 것이 딱히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같을 테니까.

 "지금 거울 앞에 서서 네 모습을 봐라. 그렇게 송장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좋다고 하겠냐. 음?"

 "……."

 젠장, 딱히 상처받을 만한 말은 아닌데 데이다라에게 들으니 괜스레 울컥한다.

 "알았어… 얼굴을 바꾸면 되는 거지…?"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남아 있는 힘을 죄다 얼굴로 끌어모아 안면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도록 활짝 웃어보인다.

 "아-, 야채 맛있다-. 야채 완전 좋아-. 야채 먹고 쫙 빠진 몸매가 되자-."

 그래, 정신적으로는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다.

 "그만둬! 음!"

 데이다라가 내게서 포크와 그릇을 빼앗아 멀찍이 떨어진 곳에 놓는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게 그로서도 적잖이 답답한 모양이다.

 "왜, 오빠가 시키든? 가서 다이어트고 뭐고 다 그만두게 하라고."

 만약 오빠가 내 마음을 알고 있다면, 아니,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데이다라에게 그런 말을 했을 정도면 분명 데이다라의 마음도 알고 있겠지.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데이다라의 이상형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럼 거짓말이라도 해. 넌 지금 이대로도 예쁘다고."

 "넌 지금 이대로도 예쁘다. 됐냐? 음?"

 정말 쉽게 말하는구나. 야채의 쓴맛 만큼이나 기분도 씁쓸하다. 내 마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걸까.

 "역시 다이어트는 계속 해야겠어."

 "말하면 그만두는 거 아니었냐?"

 "지금으로서는 잘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데이다라에게 무언가를 바라거나 데이다라를 탓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려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데이다라가 벌떡 일어나더니 주방을 나가 버린다. 왜 화를 내는 거지. 자기 편하라고 한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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