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왠지 엄청나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이지. “너 혹시 요즘 사소리 나리에게서 뭔가 변화를 느끼지 못했냐, 음?” “변화? 아니, 딱히.” “으음…….” 이젠 깊은 한숨까지 쉬는데… 먼저 물어볼까. “왜 그러는데?” “그게 말이다, 요즘 들어 사소리 나리의 인형들이 좀…….” “???” “좀… 뭐랄까… 이렇게… 둥그스름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음…….” “에, 그럴 리가 없잖아.” “아아, 물론 지금도 충분히 소름끼친다만, 그래도 예전에 만들었던 것들과 비교하면 뭔가 확 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 “좋은 거 아니야? 이따금씩 꿈에 칼을 들고 나온다든가 해서 곤란했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인형은 사소리 나리의 무기가 아니냐.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니 작은 빈틈이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꼭두각시 인형사는 인형이 얼굴인데 귀엽다든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해서 적에게 얕보이기라도 하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음.” “으응, 그건 그래…….” “잘 생각해봐라. 최근 사소리 나리에게 무언가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냐? 특히 작업할 때 말야.” “작업할 때… 음… 으음… 미안… 잘 모르겠어… 모든 게 언제나와 같았는걸. 굳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 정도?” “노래?” “난 원래 오빠가 작업하고 있을 때 언제나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얼마 전에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거든. 근데 그 이후로 계속 오빠가 ‘뭔가 불러봐라’, ‘오늘은 부르지 않는 거냐’ 하고 노래를 시키는 거야. 오빠가 부탁하면 듣지 않을 수 없고, 나도 그 편이 답답하지 않아서 좋으니까, 요즘엔 거의 매일 부르고 있어.”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군… 미안하지만 지금 여기서 조금 불러보지 않겠나. 음?” “알았어…….”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목을 가다듬고서 평소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나를 데이다라가 지그시 바라본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듯한 표정이었다가 왠지 심각한 얼굴이 되기도 하고, 진지한 얼굴이 되기도 하고, 그러더니 노래가 끝난 뒤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과연… 그렇군…….” “?” “원인은 이거다. 확실해. 음.” “???” “노래를 들으면 작업률이 향상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이런 부작용도 있군… 하지만 사소리 나리가 하고 있다면… 나도 시도 정도는 한 번쯤 해볼까… 음…….” “저기, 데이다라,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너, 잠깐 따라와라.” 데이다라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더니 나를 어딘가로 끌고간다. 다름아닌 그의 작업실이다. “여긴….”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 노래를 불러줄 수 있겠냐, 음?” “딱히 상관없는데… 왜 갑자기…? 데이다라 넌 작업할 때 방해하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 “그렇다만 시험해볼 가치는 있다. 자, 들어와라.” 우와… 데이다라의 방 문이 열리자 마자 엄청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든다. 어렸을 때는 종종 여기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고부터는 그다지 없었고… 행여 작업에 방해가 될까 봐 오지 않았던 터라 굉장히 반갑고 가슴이 들뜬다. “지금부터 밝은 곡, 어두운 곡, 신나는 곡, 슬픈 곡, 잔잔한 곡, 이 다섯가지 분위기의 노래로 작업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을 한다. 알겠냐. 음?” “으, 응…….” 그런 것이었나. 뭐가 어쨌든 데이다라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못해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내 노래를 들으며 작업한다니 기쁘다. 그리고 나 역시 결과가 궁금하다. 사소리 오빠의 인형도 정말 내 노래 때문에 귀여워진 걸까. 왠지 피식 웃음이 나올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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