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달 정도의 긴 임무를 끝내고 사소리 오빠와 데이다라가 아지트로 돌아왔다. 나는 며칠 전에 먼저 돌아온 카쿠즈와 히단에게 식사를 준비해준 뒤 입맛이 없다며 제 방에 있던 데이다라를 찾아가 함께 밖으로 나가기를 청했다. 밤하늘 아래 조용한 장소에서 다시 마주선 우리는 한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침묵이었다. 망설임은 없었지만 그래도 두려웠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마음을 가다듬고서 그에게 말했다. 좋아한다고. 행여 잘못 전해질까 가족이나 친구로서가 아닌 남자로서 그를 좋아하게 된 자신의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에 담아 전했다. 처음 데이다라의 반응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딱히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것 같았고,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조금 차가워보이기까지 해서 나는 가슴을 졸였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들은 뒤에는, 괴로움이라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미안하군, 내 행동이나 말투가 너에게 괜한 오해를 산 것 같아서." 그는 얼굴빛의 변화가 없었고,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으니 솔직하게 말하겠다. 너와 함께 지내온 지난 수년 간, 나는 한 번도 너를 여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너는 줄곧 내게 가족 같은 존재였고, 언제가는 각자의 길을 선택해 갈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 "너는 언제라도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겠지. 허나 나는 다르다. 내 길과 너의 길은 달라도 너무 달라. 그것을 무시하고 샛길로 잘못 빠졌다간, 영영 길을 잃어 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될 거라고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닿고 싶어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으로 거절을 당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내가 바보였다. 이 마음을, 이 아픔을 정말 버릴 수 있을까. 생각과 마음이 슬픔에 젖어 흐릿하게 뭉개져 버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을 방황한다. "정말… 정말 나를 한 번도 여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나를 향한 표정, 눈빛, 목소리가 하나같이 냉정하다. 그 차가움이 내게 전해져 어깨와 손이 파르르 떨린다.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난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멋대로 살다가 멋대로 죽을 거야. 너 같은 건 생각할 이유도, 여유도 없어. 그러니 너도 앞으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라. 나 같은 것 때문에…." 단지, 그의 마지막 말만은 너무나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네 소중한 삶을 허비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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