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뒤뜰로 나갔다. 비장한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일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니라, 어제 화단의 흙 속에서 죽은 나무의 뿌리가 나왔다. 웬만하면 그냥 놔두고 싶었지만 땜빵처럼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과감히 뽑아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단한 땅 속에 깊숙이 박힌 그것은 좀처럼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혼자서 뿌리와 씨름하는 사이 데이다라가 일어났다.

 "후아암-. 여보, 무슨 일이야? 음?"

 "데이다라… 좀 도와줘… 허리가… 윽……."

 그리고 잠시 후. 데이다라의 손에서 나풀나풀 날아가 앉은 나비가 귀여운 폭발을 일으켰다. 펑 하고 순식간에 뿌리가 숯으로 변했다. 거름이 되도록 잘게 부수어 흙과 섞은 다음, 둘이서 기분 좋게 꽃을 심었다. 보라색의 귀여운 팬지꽃이었다.

 탁탁탁. 탁탁탁.

 화단에 웅크려 앉은 두 사람이 어쩌면 흙으로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러워진 손을 씻고 내친김에 마루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조금 있으면 데이다라의 생일이잖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차를 마시는 모임에서 들었는데 원하면 부엌을 빌릴 수도 있대. 주방장이 화를 낼 거라고는 했지만, 후훗. 그래도 직접 요리하고 싶어. 무려 우리 남편이 성인으로 거듭나는 날이니까."

 "그러고 보니… 나… 아직 미성년자였지… 본격적인 결혼 생활을 시작한 뒤로 당연한 듯이 잊고 있었어… 으음… 괜찮으니까 마음 쓰지 않아도 돼. 성인이 되는 게 이제 와서 무슨 대수라고. 나는 이미… 당신하고… 할 일 다 끝냈는데……."

 으흠, 헛기침을 하고는 능청스레 입꼬리를 올리며 식사를 계속하는 데이다라. 내 앞에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실감하고 있었다.

 나이가 어려도, 귀여워도, 어렸을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장난을 칠 때, 농담을 할 때, 데이다라에게서 아이는 흉내낼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진다. 이렇게 두 사람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걸까.

 식사가 끝나면 나는 데이다라의 외투를 가져온다. 흙의 나라 전통의상 중 하나로 겉으로는 수수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꽤나 무거운 상징성을 지닌 옷이다.

 데이다라는 영주의 사병 중에서도 호위병의 성격이 가장 강한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 말하자면 언제나 영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단숨에 부대장급 직위까지 올라서 처음에는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주님께서 젊은 인재를 아끼는 분이심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그러한 소리도 머잖아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성내 분위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데이다라는 동료들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지도 멀리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런대로 잘 지내는 모양이다.

 "조심히 다녀와."

 임무가 있을 때는 부대의 상징인 머리띠를 이마에 꼭 둘러야 하고, 조례에 나갈 때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아카츠키의 코트를 벗어던진 이후 임무 중에는 어린시절과 같은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평소에는 풀고 다닌다. 바람이 불면 예쁘게 흩날리다가 차분히 내려앉으며 시선을 이끈다.

 데이다라는 그다지 여유가 없는지 걸음을 재촉했다. 잠깐, 잊어버린 거 있지 않아? -라는 말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무심하게 돌아서는 그에게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그때, 데이다라가 '아' 하고 멈추더니 휙 돌아 성큼성큼 걸어왔다. 하마터면 서운할 뻔했는데. 내 뺨을 다정하게 감싸며 키스해 왔다.

 "음……."

 잠깐이라도 깜빡했던 것이 미안했나 보다.

 덕분에, '다녀오겠습니다의 뽀뽀'보다 훨씬 좋은 것을 받았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