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 비록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너는 이미 내게 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런데 조강지처라는 말은 남자들이 옛날 첩을 따로 두던 시절에 사용하던 것 아니냐?"
"데이다라가 절대 나를 버리지 않겠다고 하니 그런 관계도 한 번 생각해봤어. 내게 안방마님의 권한을 준다면 네가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도 까짓꺼 그냥 눈감아주지." 할 말을 잃은 듯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데이다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려다 그것도 차마 기가 막혀서 할 수 없었는지 홱 돌아서 그냥 가버린다. 뒷짐을 진 채 그런 데이다라를 뒤따르며 다시 능청스레 말을 건네본다. "지금은 어처구니없게 들려도 나중에는 나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리고 감사하게 될걸." "재미없으니까 시덥잖은 농담은 집어치워라. 너란 녀석은, 나를 좀 더…" 성큼성큼 앞서 가던 그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힘없이 말을 잇는다. "좀 더 아껴줄 수 없는 거냐. 음." 웬만해선 피곤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데이다라이건만, 기운이 없어보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의 어깨 위에 살포시 손을 얹는다. "그럼 데이다라가 내 조강지처 해." "하…?" "남자니까 조강지부라고 해야 맞겠지만 그러면 어감이 이상하니까 그냥 원래대로 부르자." 안쓰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천연덕스럽게 웃는 내가 데이다라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보이겠지. 그의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나를 아내… 아니, 남편으로 인정한다는 거냐? 아니면 나를 안방마님으로 앉혀두고 다른 남자를 데리고 들어오겠다는 거냐?" "물론 남편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지만 언젠가 후자와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 데이다라가 고개를 살짝 젖히자 얼굴 전체에 드리워 있던 갓의 그림자가 올라가며 눈 주변만 더욱 짙은 어둠에 가려진다. 그 가운데 하늘색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향하고 있다. 섬뜩한 눈빛에 몸이 파르르 떨린다. "아─. 이제 보니 너의 희망사항을 돌려서 말한 것이로구나?"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선다. 그의 두 손이 뺨을 감싸온다. 하다못해 뒷걸음질이라도 치고 싶지만 발을 뒤로 뻗으려는 순간 뺨을 꽉 붙잡혀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말 돌리지 말고 어디 한 번 당당히 얘기해봐라. 나 외에 다른 남자가 더 필요한 거냐? 음?" 손가락을 살살 움직여 나를 어루만지던 것은 나를 방심시키기 위한 속임수였다. 그의 손가락이 갑자기 괴물과 같은 힘으로 내 뺨을 쫘악 늘어뜨린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얘기지만 기왕 말이 나왔으니 확실하게 해두자. 나는.절대로.그런 관계를.용납할 수 없다." 꽈아아아아악─. 뺨을 꼬집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정도로 아플 수 있구나. 평소와 차원이 다른 분노의 응징이 나의 혼을 쏙 빼놓는다. "누구든 내 자리에 발을 들였다간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테니 그런 줄 알아라." 꽈아악─. 꽈아아아악─. 그냥 꼬집는 것만이 아니다. 흔들흔들 땡기기까지 한다. 볼의 감각이 마비되며 그대로 떨어져나갈 것 같은 순간 그가 나를 놓아준다. 휘청휘청, 정신이 아찔하고 제대로 서는 것 조차 어렵다. 겨우 두 발을 똑바로 딛고 서지만 여전히 머리가 팽팽 도는 듯하다. "화… 화내는 거 보니… 정말 조강지처네… 하하하…." "네 눈엔 이게 단순히 화를 내는 것으로 보이냐? 난 진심이다." "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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