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오늘은 외식하는 날이라 저녁식사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메뉴는 야키니쿠다. 토비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 데이다라는 틈틈이 육류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 온 것 같다. 이번 외식은 데이트라기보다는 회식이라는 느낌으로 데이다라가 특별히 토비까지 데리고 나왔다.

 창밖으로 붉게 물든 하늘과 숲이 보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언제나 아카츠키의 붉은 구름 코트를 걸치고 다니는 멤버들이 사복 차림으로 일반인 틈에 섞여 있는 모습을 보면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달까.

 데이다라는 임무가 없을 때 현대식으로 개량된 흙의나라 전통옷을 입는다. 예술가지만 패션에는 별로 관심이 없달까, 멋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하나의 테이블에 마주앉아 먹으려면 얼굴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토비는 아예 변신술을 썼다. 데이다라와 오비토가 평범한 닌자로서 만났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상상이었다.

 작은 화로 위에 고기를 올리면 첫째로 치이익 하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둘째로 부드러운 육질이 혀를 즐겁게 한다. 데이다라에게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괜찮지만은 않을 테니까. 때로는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나를 위해 언제나 웃고 있었구나.

 "선배 보세요~. 우리 가 원래 이렇게 잘 먹는 애예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애당초 나는 이 모습이 보고 싶어서 외식하러 나온 거야. 덤으로 얻어먹게 된 걸 감사히 여겨라. 음."

 "저는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지욤~. 선배가 얼마나 못된 남친인지 깨달으셨나요~?"

 "남친 아니라니까! 자꾸 열받게 할래? 그리고 나는 딱히 다이어트하라고 구박한 적 없거든."

 가만히 듣고 있다가 냉정하게 한 마디 던졌다.

 "있거든."

 "이… 있어…?"

 "거봐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데이다라는 곧바로 반박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주춤했다. 조금 전까지 토비를 공격할 것처럼 훅훅 찔러대던 젓가락이 조용히 내려오더니 어깨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언제…? 기억도 안 나… 분명히 농담이었을 거야…;;"

 "글쎄, 진심으로 들렸는데. '좀 빼도 괜찮을 것 같다'고."

 "……."

 "애당초 바보처럼 대놓고 '나는 쭉쭉빵빵이 좋아'라고 말하니까 그렇죠~. 지나가는 여자들 가슴 좀 그만 쳐다보세요~."

 "야…!!! 조용히 안 해…?!!!"

 그러거나 말거나. 가게 안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덤덤하게 고기를 구워 먹었다. 잘 먹는 내가 보기 좋았는지 토비가 자신의 접시에 있던 고기를 절반이나 내 접시로 밀어 주었다. 기본적으로 음식이 필요없는 녀석이니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 많이 먹어~."

 "고마워, 토비-. 이거 완전 맛있다-."

 "어… 어째서… 그쪽을 보고 웃는… 크윽… 토비 너어, 다음 임무 때 두고 보자…!"

 -라고 말해봤자 내일이면 잊어버리겠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해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도, 위험에 처하면 바람처럼 날아가서 구해준다. 토비가 폭발에 휘말릴 것 같을 때 차마 터뜨리지 못하고 적에게 그냥 공격 받을 때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아른거릴 정도다.

 토비도 비록 도망치고 깨지기 일쑤지만, 지금까지 선배의 지시로 몇 번이나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었던 녀석이다.

 입이 짧은 두 남자는 이야기 꽃을 피우고, 오랜만에 고기와 만나 설레었던 나는 여유로이 식사를 즐겼다.

 "우와-."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즈음 테이블 옆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다섯살 정도의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보아하니 가게 주인의 딸인 것 같았다.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정확히 데이다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이 오빠 좀 봐, 인형 같아!"

 "어머,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실례를…"

 "나요, 전부터 금발의 친구가 있었으면 했어요. 머리카락 가지고 놀면 안 돼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손님 식사하시는데 방해하면 안 돼. 자, 가자."

 "싫어, 이쁘단 말야-. 오빠, 한 번만요-. 네-?"

 "음……."

 데이다라는 아이에게 약하다. 싫어한다기보단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다. 평소에 마주치는 인간들이 적 아니면 아군으로 정해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이처럼 작고 여린 존재가 무기를 들고 덤벼드는 성인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는 데이다라에 비해 토비는 푸근한 느낌이다. 본인이 응석쟁이라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까.

 "선배~. 가지고 놀게 해주세요~."

 "그래, 어려운 부탁도 아니잖아."

 토비와 내가 부추기자 오히려 조금은 안심한 듯, 데이다라가 나름 상냥한 말투로 아이에게 말했다.

 "밥 다 먹을 때까지만이다? 음?"

 "와아아아!"

 아이는 의자에 올라서서 반짝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빗었다.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움직일 수 없는 데이다라 대신 화로에 고기를 올렸다.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고 있으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는지 데이다라의 표정이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언니, 오빠, 이거 봐요-. 이쁘게 묶었죠-."

 "우와아아~. 공주님 같아요~."

 "너무 사랑스럽다-. 부러워-."

 "……."

 아이와 똑같이 삐삐머리가 되어 버린 남편을 보고 우습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버렸다. 내 눈에 콩깍지. 토비도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아이에게 맞장구쳐 주었지만 정작 데이다라 본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사이 노을은 더 타올라서 모든 것을 뒤덮었다. 아지트로 돌아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빨갛게 물든 길을 셋이서 나란히 걷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한숨이 나왔다. 배도 부르거니와 가게에서 이미 충분히 수다를 떨었기 때문에 대화보다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해요 선배~."

 "언제나 말로만 감사하지. 음."

 "그럼 다음에는 남자들끼리 술 마시러 가요~. 제가 괜찮은 칵테일 바를 알고 있거든요~."

 토비의 말에 솔깃해서 능청스레 끼어들었다.

 "어째서 남자들끼리야? 나도 칵테일 마실 줄 아는데. 나만 빼놓고 가다니, 섭섭해."

 "뭐, 가끔은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신은 다음에 나랑 같이 가면 되잖아. 앞으로 데이트 많이 하자."

 "데이다라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알았어, 기대하고 있을게. 후후훗."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기꺼이 이해해 주기로 했다. 데이트라는 말만 들어도 좋아서 살며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데이다라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봐라, 토비. 내 여자지만 정말 상냥하지 않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이프지? 음?"

 "그러니까아~. 선배에게 결혼은 아직 이르다구요~. 무책임한 발언 하지 마시고 먼저 어른이 되세요~."

 "하루라도 폭발을 겪지 않으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나보구나."

 "헤~?;;"

 마치 평범한 대화처럼 들렸는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살벌한 말이 오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데이다라의 손바닥에서 C1 뱀이 튀어나왔다. 토비가 쏜살같이 도망치면 데이다라는 뱀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쫓아갔다. 너무 빨라서 눈앞이 어지러웠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이리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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