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또한, 조금 전에는 자신이 짓궂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말한 것이다.

 데이다라의 방 여기 저기 어질러져 있는 점토와 도구들에 대해, 뭐라고 해도 그는 들은 척 만 척이다. 청소를 해주고 싶어도 그는 누군가 멋대로 자기 물건에 손대는 것을 싫어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할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지트의 청결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로서 이런 것을 보게 되면 한 마디의 짓궂은 말 정도는 하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금은 정리를 해가면서 하도록 하세요, 데이다라쨩."

 "…뭐냐, 그 말투는."

 "내 말투가 뭐? -쨩이라고 하는 게 이상해? 남자라고 해도 어린애한테는 써. 히단도 가끔 그러잖아."

 그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고는 방을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덥석 하고 팔을 붙잡혀 홱 하니 끌어당겨진다. 깜짝 놀랄 새도 없이 번쩍 들어올려지고, 데이다라가 나를 작업대 위에 앉혀 놓는다. 익숙한 나무 향기와 짙은 점토의 냄새.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남자라고 해도 어린애…? 웃기지 마.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녀석에게 사랑을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잖아, 너. 음?"

 "!"

 날카로운, 깊숙이 박혀오는, 강하게 죄어오는 감각. 아아, 이 아픔은. 잊으려고 했던, 줄곧 억누르고 있던 마음이 강하게 요동친다.

 지난 날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해놓고. 어째서 이렇게 내 마음을 다시 들쑤셔는 놓는 걸까.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밉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리석었던 것 같아.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적어도 히단을 좋아했다면…"

 스윽-. 문득 느껴지는 그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문다. 그의 두 손이 나의 두 손 위로 올라온다. 여유로운 움직임이지만 몸이 경직된다.

 "뭘 그렇게 긴장해? 그냥 손이 닿아 있을 뿐이야. 음."

 "……."

 그의 말대로. 손이 닿아 있을 뿐이다. 게다가 처음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 그의 손끝이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찌릿 하고 올라온다.

 "그러고보니 이런 건 오랜만이구나. 뭐야, 그 얼굴은. 그렇게 그리웠냐, 음?"

 홱-. 덥석-!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가서 스스로도 놀랐는데, 다행인지 뭔지 데이다라가 내 팔을 붙잡았다.

 "…아니잖아."

 그가 조금씩 상체를 기울여 내게 다가온다.

 "니가 나를 보면서 하는 생각, 그런 게 아니잖아."

 두 눈을 질끈 감노라면, 바로 귓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지저분한 장소라도 상관없이… 나랑 하고 싶잖아… 음…?"

 데이다라의 말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요동을 친다.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억누르는 것이 괴롭다. 이런 감정은 절대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

 "가질 수 없다면 하다못해 상처라도 입혀봐.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아냐? 어른이니까. 음?"

 "……."

 원망스럽게도, 그에게 닿은 손이 파르르 떨린다.

 "상처입힐 용기 조차 없으면서 좋아한다니… 누굴 깔보는 거야?"

 아니, 떨리지 않는다고 해도 내 마음 같은 것은 그에게 훤히 내보이고 있을 것이다. 데이다라는 오빠 만큼이나 날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너 자신이나 잘 챙겨. 그렇게 쉽게 화내고, 상처받고, 울고, 앞으로 괜찮겠어? 음?"

 나 또한 데이다라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내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 데이다라가 왜 내게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얼마나 더 나를 밀어내야 그가 안심할 수 있는 걸까. 차라리 사라져주면 그게 가장 좋은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데이다라는… 그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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