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데이다라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제부터 마음을 추스르고 표정관리를 위해 애썼는데, 데이다라를 보자마자 뜻밖에 가슴이 울컥하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혼자 있는 것에는 익숙해졌고 이제 무뎌졌다고 생각했건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조용히 있다가도 어느 순간 위태로이 흔들리다가 이렇듯 흘러넘치곤 한다. 왠지 모를 자괴감에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노라면 데이다라가 곁으로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긴다. 그의 손길은 언제나 내게 위로가 되지만 오늘 만큼은 반갑지 않다. 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 나는 두렵다.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으로부터 그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모로 돌려 내게 입을 맞추려는 데이다라를 피한다. 잠시 멈칫하지만 끝내 그와 나의 입술이 겹쳐진다. 그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그가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목에 닿아오는 뜨거운 숨결. 안 돼. 그가 목에 키스를 하려는 순간 그를 밀어낸다. 어느덧 거칠어진 숨에, 얼굴이 조금 붉어진 그가 나를 바라본다. 오랫동안 하지 않았고, 고단한 날들이 계속되어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품에 안겨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안 된다. 할 수가 없다. 미안 데이다라. 나 무서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그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와 마주볼 자신이 없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내 마음을 읽었는지 그의 손이 어깨를 감싸온다. "나를 외면하지 마라… 음."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그의 손끝이 조금 떨리는가 하면 살며시 움켜쥐며 힘이 들어간다. 내게 외면당하는 것 만큼 몸이 원하는 것을 견디는 것 또한 괴로운 것이다. 데이다라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 두 눈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욕망이 그의 눈동자에 비친다. 그는 나를 원하고 있다. "약속해줘,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무리한 짓 하지 않겠다고. 날 떠나지 않겠다고." "……." "날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이 없는 데이다라.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가 마른침을 삼킨다. 그리고 내게 대답한다. "아아… 약속하겠다. 난 널 버리지 않아. 죽지 않아. 언제까지고 네 곁에 있을 거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감정의 깊은 곳, 더욱 깊은 곳에 닿으려 애를 써보지만 닿지가 않는다. 그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믿는 수밖에 없겠지. 체념을 하고 두 눈을 지그시 감으니 그가 내게 천천히 다가와 입을 맞춘다. 천천히, 부드럽게 시작한 키스가 점점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이제 더는 피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그가 내 양팔을 붙잡음과 동시에 함께 시트 위로 쓰러져 숨을 섞는다. 입술, 목, 가슴, 연이어 입을 맞추고 그의 손이 닿는 곳에 매끄러운 혀가 스친다. 찌릿찌릿. 마음은 아직 두려워하고 있는데, 몸은 빠르게 그를 받아들인다. 욕망은 내게도 있다. 애써 참지 않고 신음을 흘리며 그에게 의식을 맡긴다. 나를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 그가 나의 깊숙한 곳을 손끝으로 자극한다. 하얀 점토를 만질 때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곤 했던 그의 손가락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아…!" 느릿느릿 부드러운 감각과 빠르고 날카로운 감각이 동시에 나를 마구 흔들어댄다. 떨리는 손으로 데이다라의 팔을 붙잡으니 아랫쪽에 관심이 쏠려 있던 그가 다시 한 번 내게 입을 맞춘다. 꿈을 꾸듯 몽롱한 기분인데 심장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더욱 빠르게 뛰어댄다. 뜨거운 피가 전신에 퍼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묘하게 기분 좋다. 그러한 기분이 절정에 이르러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몸의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가 웃옷을 벗어던지고 내 목에 입을 맞춘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이 키스에는 여유가 없다. 그래도 평소에는 이 틈에 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이미 충분히 참았다고 말하는 듯한 손길로 그가 내 다리를 휘어잡는다. 그리고 안으로- 준비는 되어 있지만 아직 저항이 남아 있는 내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오늘은 상냥함을 바랄 수 없는 것일까. 두 눈을 질끈 감기에 무섭게 그가 나를 거칠게 범해온다. 그의 몸도, 가슴 위로 떨어지는 그의 뜨거운 숨결도 무섭다.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버겁다. 가득 차다 못해 흘러 넘칠 것 같다. "하아… 하아……." 나를 봐.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그림자에 가려서 얼굴이 보이지 않잖아. 무언가 말 해. 아프지 않냐고, 기분 좋냐고, 어떻게 해주길 원하냐고, 평소처럼 내게 물어줘.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몸이 이어져 있어도 마음은 닿지 않는 것 같아서 점점 더 무서워지잖아. 간절한 눈빛으로 데이다라를 바라보지만 내 마음은 그에게 닿지 않는다. 그가 거리낌없이 나를 범하고 그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너무 투정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나는 그의 말이 진심이었으면 한다. 그가 단지 욕망으로 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아… 하아… 하…."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간다. 그러나 몸은 더 민감해졌다. 데이다라에게 붙잡힌 팔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아팠는데, 그 아픔을 간단히 덮어 버리는 쾌감이 밀려온다. 가까이, 점점 가까이. "… 안에… 내어도… 될까……." 팔을 놔주지 않을 거면 묻지나 말지. 이렇게 꽉 붙잡혀 있는 상태에서 그런 것을 물어도, 대답을 필요로하는 물음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동안 조심해왔는데, 이제 아무래도 좋은 것일까. 오빠가 살아 있었어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문득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그 눈물을 어찌하기도 전에 그의 손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뼈가 부서질 것 같다. 어차피 망가뜨릴 거라면 빨리 해줘. 그렇게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노라면 나를 집어삼키려는 듯한 움직임이 멈추고 뱃속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마침내 그에게도 절정이 왔다. "윽……."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는 조금 미웠는데, 이 순간 만큼은 데이다라에 대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다. 내 가슴 위로 쓰러지는 그가 사랑스러워서, 안타까워서, 그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금색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준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른 데이다라가 살며시 몸을 일으킨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 다가와서 키스를 해온다. 뺨을 감싸오는 그의 두 손이 뜨겁다. 입술은 말할 것도 없다. (…) "데이다라… 나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다음부턴 그 점을 좀… 감안해주지 않을래……." "미안… 음……." 오늘 하루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도 그 안에 답답함은 계속 남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하기 그지없다. 여러가지로 아팠지만 그런데도 굉장히 기분 좋았다. 지금은 그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이리 와라." 그가 내 몸을 조심스레 일으키더니 자신에게 등을 보이게끔 방향을 바꾸어 앉게한다. 그런 다음에는 나를 뒤에서 감싸안고 다리를 조금 벌리게 한다. 행위가 끝났는데도 이렇게 수치스러운 자세를 취하게하는 이유는 안쪽에 내어진 것을 뱉어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조금 전 그가 가르쳐줬다. "응, 그렇지… 됐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부끄럽다. 할 것은 다 해놓고 이제와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그에게 얌전히 모든 것을 맡기는 수밖에. 상냥한 손길… 단지 그 뿐인데,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까도 이렇게 살살 다뤄줬으면 좋았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잘근거린다. 침대 위에서까지 나쁜 남자라니, 정말 싫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방금 뭐라고 했냐? 음?" "아무것도 아니야." "'싫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겠지." "아아, 그렇겠지." 이 자식, 분명 제대로 들었다. 그가 뒤에서 나를 두 팔로 감싸안으며 내게 살며시 기대어온다. 어깨너머로 피식 하고 들려오는 그의 낮은 웃음소리. 아아, 정말 곤란하다. 이런 식으로 두려움을 묻어 버리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결국 나는 이 남자를 믿고, 그를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제 정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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