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데이다라와 밖으로 나왔다. 야시장은 이곳 영지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로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히고 다양한 가게들이 손님을 맞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가게의 주인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외지에서 근무를 하고 저녁이 되면 돌아오는 까닭에 낮보다 더 활발한 밤의 문화가 생긴 모양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이들이 각자의 단골 술집으로 향하고, 안에서, 밖에서,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어지러움 속에 평화로움을 누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쪽까지 술을 마신 것처럼 들뜬 기분이 되는 것 같다. "데이다라, 저기 봐. 사람들이 꼬치구이를 먹고 있어. 맛있겠다-." "좋은 냄새가 나네. 우리도 가볍게 한 잔 하고 들어갈까?" "응! …이 아니라, 미성년자는 술 마시면 안 돼!!!" "아직도 그런 말을… 뭐어, 지난번에 당신한테 실수한 것도 있고 하니 술은 안 마실게. 근데 어린애 취급하는 건 좀 봐 줘. 이제 나도 결혼해서 아내가 있고, 머잖아 아이도 생길 텐데… 한 집의 가장인 나를 언제까지 어린 동생 감싸듯이 할 생각이야?" 데이다라는 듬직한 남편임과 동시에 귀여운 동생이다. 내게 있어서 그 사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나도 한 사람의 여자로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가슴 한편에는 누나의 마음을 좀 더 오래 간직해 두고 싶다. 지금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데이다라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지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심이겠지. "어서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네."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데이다라와 나는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커다란 천막을 지지하고 있는 기둥마다 작은 공 모양의 등불이 매달려 있다. 테이블 위에 귀여운 메뉴판도 보인다. 직사각형의 나무판자에 누군가 직접 술과 음식을 그려넣었다. "종류가 되게 많네. 이거랑 이거 맛있겠다. 그리고 이것도… 어쩌지, 데이다라? 여기 있는 거 전부 먹어 보고 싶은데…" "주문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다 먹을 수 있겠어, 여보? 무리해서 먹다가 배탈나면 어떡해?" "그런 걱정이시라면! 다양한 꼬치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모둠 메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손님-." "아아, 다행이네요. 그럼 그 메뉴로 부탁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문을 한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쾌활한 성격의 여점원이 여러 종류의 꼬치가 담긴 그릇을 가져다 주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을 몇 개 골라 불판 위에 올리자 치이익 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 중에서도 닭은 참 다양한 부위로 나왔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치느님께 감사드리며, 잘 먹겠습니다─. 먼저 닭꼬치부터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육질도 훌륭하지만 소스가 달달하면서 매콤해서 굉장히 맛있다. 으으음──. 몸을 부르르 떨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고보니 이 가게… 채식주의자가 먹을 만한 것은 그다지 없구나. 대부분 고기라서 기껏해야 은행 정도… -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내가 먹을 꼬치를 불판에 올리고 뒤집으며 정성스레 굽고 있던 데이다라가 나를 보고는 피식 웃는다. 모처럼 같이 나와서 나 혼자 즐기고 있으니 미안한데… 여기서는 누나로서 뭔가……. "데이다라, 저기… 이럴 때는 역시 한 잔 곁들이는 게 좋으려나?" "미성년자는 술 마시면 안 된다면서?" "누나가 따라 주는 술은 괜찮아." "그런 거였어?"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에잇! 여기요-." 기분이 들뜬 나는 점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느새 꼬치가 다 구워져서 데이다라가 내 그릇에 담아 주었다. 맛있게 먹고 있으니 잠시 후 점원이 술을 가져다 주었다. 과감히 마개를 열어 두 개의 잔에 따랐다. 도수가 약한 것으로 부탁했음에도 제법 독한 향이 올라왔다. "건배-." "짠-." 평소에는 그다지 입에 대지 않는 술로 목을 축인 뒤 꼬치를 한입 베어물었다. 그리고 잔에 남아 있는 나머지도 가볍게 털어넣었다.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안주가 맛있어서인지 크으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데이다라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지 잔을 비울 때마다 콜록거리며 인상을 쓴다. 그래도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술기운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오늘은 짐이 묘하게 무겁네. 언제 이만큼이나 샀지?" "우리 여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많을 줄 몰랐어. 앞으로 더 자주 나와야겠다." "아니, 당분간 조금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괜찮아, 좋은 게 있으면 또 사줄게." "정말? …이, 아니지! 더 이상은 안 돼, !(짝짝짝) 데이다라도 뭐든 다 OK하지 말고 옆에서 좀 말려 줘! 나는 귀여운 것만 보면 정신이 팔려서…" "기뻐하는 당신이 제일 귀여워." "무, 무슨 소릴… 아이 참…////" 야시장에 나오면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다양한 물건을 산다. 테이블 다리에 종이가방 여러 개가 겹겹이 기대어져 있다. 꼭 필요해서 사는 생활용품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것들, 데이다라를 졸라서 산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다정함이 소문으로 퍼져서, 최근 데이다라는 동료들로부터 눈꼴시려울 정도의 애처가라느니, 팔불출이라느니, 놀림을 받는 모양이다. 얼마 전 조례에서 머리모양을 지적받았을 때도 바꾸지 않는 이유가 다름아닌 '아내가 싫어하니까'였다. 이렇듯 영주님 앞에서까지 아내 사랑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니 말 다한 셈이다. 덕분에 나는 차를 마시는 모임에서 아녀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럴 때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하지만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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