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겨운 풀벌레와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듣다가 문득 눈을 뜨면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밤하늘과,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데이다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때, 좀 누울만 하냐? 음?" "허리가 배겨." 오늘은 숲에서 야영을 한다. 아카츠키의 멤버들 모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고 또 조용한 곳으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렇게 될 거라고 얘기했잖아. 네가 자처한 거다. 음." "알고 있어. 근데 나한테 코트를 덮어줘도 정말 괜찮겠어?" 정보 수집원으로 활동하는 나도 그 동안 지붕이 없는 곳에서 종종 밤을 지냈다. 피곤함에 못 이겨 쓰러지듯 잠들긴 했지만 아무리 풀이 나 있어도 딱딱한 바닥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피부에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도. "뭔들 안 괜찮겠냐. 원하면 무릎도 내어주겠다." "됐어, 됐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내 남자의 듬직함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데이다라도 몸이 약해져서 걱정된다. 솔직히 고개가 아프긴 하지만 이 나이에 아픈 게 뭐 대수랴.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부드럽게 웃는 그의 얼굴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 토비 : 응~… 으응~……. 데이다라 : ? 토비 : 히…히힛~… 네~… 그래요~… 제가 바로 그 토비예요~… 헤헹~… 꺄흣~……. //// 데이다라 : (또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군… 덕분에 밤 마다 지루하진 않다만…….) 토비 : 아~… 아잉~… 갑자기 그런 곳을 만지면 부끄럽잖아요~… 조, 좀 더요~……. //// 데이다라 : ……. 데이다라 : (휙) 쿵─! 토비 : 으갸아앗~! 뭐, 뭐지~.;; 아파라아~.;; 데이다라 : (바보 녀석이 꿈도 꼭 바보 같은 꿈만 꿔요… 콱 그냥…….) 토비 : 오늘은 은근히 춥네애~. 킁~. 데이다라 : 추울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제일이지. 음. 토비 : 앗, 깜짝이야.;;; 선배 안 주무시고 계셨어요~? 데이다라 : 아아, 네놈을 믿고 눈을 붙이자니 좀 불안해야 말이지. 음. 토비 : 혹시 방금 전에 저한테 돌 던지신 거… 정말, 너무해요~. 부탁이니까 잘 때만이라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몸을 움직이는 게 제일이라니 무슨 뜻이죠~? 저는 그쪽 사람이 아니니까 저에게 그런 일을 기대하시면 곤란해요~. 데이다라 : 헛소리 집어치우고 일어나라.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결착을 보자. 음. 토비 : 헤에~? 데이다라 : 이 앞에 넓은 장소가 있다. 바람에 소리가 묻히면서 이쪽이 잘 보여서 대련하기 딱 좋은 곳이지. 코트 벗어서 이리내. 음. 토비 : 선배~. 안 피곤하세요~? 밤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쉬시는 게~. 데이다라 : 오늘은 이동중에 여러번 쉬었잖냐. 그나마 에게 감사해라. 음. 토비 : (구시렁구시렁) 데이다라 : 뭐라고? 토비 : 여기요~. 데이다라 : 음, 잠깐만 기다려라. 부스럭부스럭─. 토비 : 뭐 하시는 거예요~? 제 옷 구겨지잖아요~. 데이다라 : 에게 베개를 만들어주는 거다. 사내 녀석이 옷 좀 구겨진 것 가지고 투덜거리지 마. 음. 토비 : 제 옷이 뺏고 싶으시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죠~. 드렸을 텐데~. 데이다라 : 알아듣지 못할 소릴 하는구나. 이제 됐으니 가자. 음. 토비 : 선배 바보…….╬ (…) 새벽이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질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푹 잠들어서 아침까지 늦잠을 자버렸다. 내가 일어났을 때는 데이다라와 토비가 식사 준비까지 다 해놓은 상태였다. 나도 참 보호받는 처지에 무얼 공주님 대접까지 받는 거지. 어째서 두 사람의 코트가 내게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데이다라가 덮어준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토비의 코트는 대체 언제부터 베고 잤던 걸까. "헤엑츄이이~! 히잉~. 머리 아파~. 허리 아파~." "토비, 왜 그래? 어제 잠 제대로 못 잤어?" 데이다라와 동행할 때는 보통 새를 타지만 야영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따금씩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 하늘을 나는 것은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두 발로 걸어서 가야만 하는데, 토비가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어 보여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으응~. 누구 때문에~." "누구야? 누가 우리 토비를 괴롭혔어?" 역시 나인 걸까. 그런데 내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가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으음~!!! 으으음~!!!" 대놓고 말은 못해도 토비의 시선이 정확히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지금 누구를 나에게 일러주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인다. "괜찮아?" "쓰담쓰담해줘~." 아무렇지 않게 처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부비적부비적. 고개를 모로 돌리며 한숨을 삼키고는 토비의 삐죽삐죽 잔디 머리에 살짜쿵 꿀밤을 놓는다. 콩─. "아얏~." "선배의 말은 잘 들어야지." 토비를 떼어낸 뒤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는다. 그러자 그가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싼 채 조금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 너 마저 이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이제 신입 아니잖아." 솔직히 마음이 약해지지만 애써 단호하게 받아치니, 이제는 아이처럼 두 손을 꼭 쥐고서 앙탈 아닌 앙탈을 부리는 토비다. "그치만 난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걸~. 선배가 나쁜 거라구~." 내가 떼어낸 정도로 울먹일 땐 언제고 다시 팔짱을 끼며 딱 달라붙어서는, 조금 전에 그랬듯이 데이다라를 시선으로 콕 집어 내게 일러준다. "저거 봐~. 웃고 있잖아~. 심지어 어제는 나를 마구 때리고~. 흐애애앵~." "이상한 꿈을 꿨구나. 잠꼬대는 그쯤 해둬라, 토비. 음." "아아아아악~! 악마야~! 악마가 보여~! 무서워어어어~~~!" 데이다라가 뒤돌아보자 정말 뭘 보기라도 한 건지 비명을 지르며 내 등뒤로 후다닥 숨는다. 그리고 벌벌 떨며 어깨너머로 머리만 빼꼼 내민다. 토비의 이런 능청스러움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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