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렇지. 알고 있다.”

 “알고 있어? 닌자로서의 내 자존심이 걸린 일생일대의 비밀이었는데!”

 “기억 나지 않는 거냐? 나와 처음 새를 타고 떠올랐을 때 엄청났었잖아.”

 엄청났었다니, 뭐지. 잠시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모로 굴리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러고보니 데이다라가 어렸을 때… 뭔가 굉장히 시끄러운 기억 하나가 떠오를 듯 말 듯 희미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봐라, 이 몸의 손에서 탄생한 궁극의 예술을!'

 '우와, 이게 말로만 듣던 기폭점토구나. 정말 날 수 있는 거야?'

 '그야 물론이지. 핫!'

 퐁-. 연기가 피어오르자 동상처럼 우뚝 서 있던 새가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움직임으로 연기를 날려 버렸다. 그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던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고, 자신에 대한 것을 깜빡 잊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데이다라를 따라 새 위에 올라탔던 것이다.

 '올라간다?'

 '응!'

 힘찬 날개짓과 함께 새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10m…20m…30m……. 한 70m 정도 올랐을까, 신나서 함성을 지르던 나는 점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까마득했다.

 '왜 그러냐, 음?'

 '무…무… 무서… 무서워…….'

 꼬옥-. 내가 옷깃을 움켜쥘 때만 해도 데이다라는 웃고 있었다. 그러다 내 얼굴이 점점 파래지자 그도 걱정이 됐는지 내 팔을 살며시 붙잡았다. 그리고 내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살기 위해 데이다라의 목을 끌어안았다. 안았다기보다는 졸랐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 어이… 잠깐… 컥!'

 나는 한 술 더 떠서 데이다라의 머리까지 끌어안고는 그의 옷이 찢어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내 가슴에 얼굴이 묻혀서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 데이다라는 당황해서 나를 떼어놓으려 했지만 떨어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음…! 음음…!'

 원래 말끝 마다 음을 붙이는 데이다라지만 입이 막히니 정말 음밖에 말하지 못하는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부끄럽지만 데이다라가 조금 귀여웠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는 둘 다 어렸지만 나는 20대 초반, 데이다라는 이미 10대의 남자아이였다. 내게서 겨우 벗어났을 때 얼굴이 새빨개져 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숨이 막혀서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그도 확실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내 가슴에 닿아도 그냥 그러느니 하겠지. 그야 남매 같은 사이로 목욕탕까지 같이 들어가는데 아직까지 설레임 따위가 남아 있을 리 없다. 왠지 씁쓸한 기분에 헛웃음만 나온다.

 “그 동안 왜 잊어 버리고 있었지… 잊어 버리고 싶었던 건가…….”

 “너의 비밀 따위 내게는 빤히 보인다. 그 동안 같이 지낸 세월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무서운 것도 참고 씩씩하게 날아오르는 널 볼 때 마다 기특하게 생각한다고. 음.”

 큭큭 하고 조금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렇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내쪽이 동생. 이따금씩 나 스스로도 어느 쪽이 연상이고 연하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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