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다라가 임무를 떠난 날로부터 이제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서 그 동안 맘 놓고 청소를 하지도 못했는데, 이쯤 되면 어쩔 수가 없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아 거미줄이 다 생길 지경인데, 이제 사귀는 사이니까 들어가도 크게 화내지는 않겠지. 데이다라의 작업대 위에 놓인 내 사진을 보고 있자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쿠로이치 씨를 포함한 친구들도 같이 세워두라고 했다. 물론 눈에 잘 띄는 상석은 내 자리. 오빠의 사진이 없어서 아쉽지만 언젠가 그 또한 내 옆에 같이 세워질 것이다. 데이다라도 참, 뭐가 급하다고 점토를 이렇게 늘어뜨려놓고 간 건지. 작업대 위를 정리하며 도구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서랍을 연다. 어라, 무언가 사진 같아보이는 것이 한 장 더 있다. 혹시 또 다른 어린 시절 사진일까. 멋대로 보면 안 되는 거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혹시 우리 천사 같은 데이다라의 자는 모습이라든가- …를 기대했는데, 완벽하게 틀렸다. 웬 여자가, 게다가 엄청난 미인이 나를 향해 웃고 있다. 또 과거의 여자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녀의 배를 보고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임산부다. 게다가 그녀의 옆에는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서 있다. 바위 마을의 닌자복을 입은, 금발의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분명 처음 보는 남자인데,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찢어진 눈매, 데이다라랑 엄청 닮았다. 혹시 아버님? 그렇다는 건 이 여자는 어머님? 그리고 뱃속의 아이는… 데이다라?! 우와, 왠지 엄청난 것을 발견해 버린 것 같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대 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는 데이다라처럼 얼굴 한쪽을 가렸으면서도 그와는 달리 머리카락의 길이가 짧다. 훤칠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선명한 이목구비가 딱 봐도 미남이라는 느낌이고, 무엇보다 초 늠름하다. 데이다라가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감동의 눈물이라도 쏟고 싶지만 일단은 얌전히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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