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그만둬."
"윽… 점토 냄새……."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했잖냐. 음." 데이다라가 손을 거두어들이고는 탁 하고 소매를 내린다. 내 나름대로 귀여운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데이다라, 나 머리 쓰다듬어줘." "이번에는 응석이 부리고 싶은 거냐. 음?" 쓰담쓰담-. 조금 전에 입을 맞추었던 그 손으로 데이다라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데이다라의 손은 사소리 오빠보다 조금 거친 느낌이다. 오빠의 부드러운 손도 좋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기분좋다. "데이다라는 앞으로 평생 내 머리만 쓰다듬어줬음 좋겠다." "풋… 뭐야, 그게.”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이렇게 만진다고 생각하면 싫은걸.” “왜?” “바보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뭐랄까 이거, 계속 뽀뽀하고 있는 거 같잖아. 쪽쪽 쪽쪽 하고.” “…….” 손끝을 세워 두피를 살살 만져주던 손이 멈춘다. 데이다라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모로 향하고 있다. “왜 그래?” “별 것 아니다, 그냥 옛날에 너랑 똑같은 말을 했던 녀석이 있었던 것 같아서 말야. 음.” 그렇게 말하고는 그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무언가 재밌는 추억이라도 떠오른 것일까. 그야 우리는 실제 남매가 아니니까, 태어난 곳도 다르고 서로 만나기 전 각자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절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내 경우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애초에 얘기할 것이 없고, 데이다라는 그 시절부터 꽤 굴곡진 삶을 살아온지라 얘기하더라도 웃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 데이다라에게도 웃을 수 있는 기억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겠지. 생각하자면 조금 씁쓸하지만 이렇게 웃는 얼굴을 보게 되면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인데?” “내가 바위 마을에 있던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내 허리 정도까지 오는 키에 언제나 나를 오빠라고 부르던 여동생 같은 녀석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손바닥의 입 때문에 뽀뽀하는 거 같다고 매번 쪽쪽 쪽쪽 시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귀여웠던 것 같기도… 음.” “난 꼬마와 하는 생각이 같구나…….” “꼬마라고 해도 꽤 영리한 녀석이었다고. 언젠가 한 번은 이 녀석이 다음 세대의 츠치카게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 음.” 데이다라가 옛날 얘기를 하면서 웃는 것은 처음 본다. 그와 만나기 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부럽지만서도 모처럼이니 같이 웃으며 좀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 아까부터 어째서인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뱃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일렁이는 느낌이 왠지… 왠지… 맙소사, 내가 지금 질투를 하고 있는 건가? 얼굴도 모르는 꼬마 여자아이에게? 자신이 그닥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이런 기분을 데이다라가 눈치채면 분명 나에게 신물이 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한 번도 데이다라에게 그런 식으로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굳이 있다면 우연찮게 그날 요리가 맛있게 만들어진 것 정도일까. 츠치카게라니, 데이다라가 그 정도의 생각을 할 정도면 정말 똑똑한 아이였겠지. 그리고 왠지 얼굴도 귀엽게 생겼을 것 같다. (…) 아, 괜한 생각은 그만두자… 이 이상 자괴감에 빠져들면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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