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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를 포함해 이 아지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생일 같은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럿이 모이는 날이 좀처럼 없을 뿐더러 다들 소란피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히단은 떠들썩한 것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자신이 언제 어느 날 태어났는지 알지 못해서 생일을 챙겨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그저 기분이 동하는 날에 마주앉아 술을 마시며 그런 기분을 느낄 뿐이다. 내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사소리 오빠와 데이다라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생일이 다가와도 대부분 임무로 밖에 나가 있기 때문에 돌아오고나면 평소와 같은 일상이 다시 반복된다. 그런데 이번 해는 운이 좋게도 데이다라의 생일 날 두 사람이 임무로부터 돌아왔다. 요즘 그와의 사이가 조금 벌어졌지만, 새벽에 일어나 분주히 움직여 그를 위한 음식을 만들면서 서운했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졌다. 사소리 오빠는 보나마나 애정이 담긴 등짝 스매싱을 한대 때려주고 말았겠지만 이번에는 선물도 제대로 준비해두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런 마음을 담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 "뭐하고 있어? 얼른 앉아. 우리 둘 뿐이라서 좀 허전지만 모두 임무로 나가 있고, 오빠는 먹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아아… 그렇지……."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다, 음.” 데이다라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다. 생일상이라기에는 뭐할 정도로 온통 야채 뿐이지만 주인공이 채식주의자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대부분 데이다라의 입맛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 “왜 그래, 입맛 없어?” “아… 아니, 그냥 이런 건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다. 음.” “처음이구나… 좀 더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야말로 미안하다. 나 때문에 아침부터 힘들었지?” “조금도 힘들지 않았어. 오히려 재밌었는걸.” “그러냐…….” 나를 향해 쓴웃음을 지어보이는 데이다라. 요 근래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도 그의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찡 하고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가 자신으로부터 가까운 곳의 음식을 조금 집어서 입에 넣고는 식탁 위로 살며시 손을 내린다. 원래 먹는 것을 그닥 즐기지 않는 데이다라이지만 오늘은 유독 그런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혹시 뭔가 잘못 된 걸까. 조금 전의 웃음을 제외하고는 아까부터 계속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다. (…) ??? : 야! 노란 머리! 야! 어디 가! 나랑 놀자! 데이다라 : 왜 따라오는 거야, 쿠로츠치. 쿠로츠치 : 혼자 가면 어떡해? 나를 보호하는 게 네 일이잖아! 데이다라 : 그러니까 말했지, 지금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 이제 너 보호하는 일 안 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달라고 오늘 츠치카케 님께 가서 부탁드릴 거야. 음. 쿠로츠치 : 나는 너랑 놀고 싶어! 다른 녀석은 싫어! 누구 마음대로 그만둔다는 거야! 데이다라 : 사정이 있다니까. 음. 쿠로츠치 : 사정이 뭔데! 데이다라 : 너 같은 꼬맹이한테 말해도 이해 못해! 이거 놔! 쿠로츠치 : 싫어! 노란 머리! 데이다라 오빠! 데이다라 : 누가 오빠야! 놔! (…) “데이다라, 이것도 좀 먹어봐.” “아, 응… 고맙다.” (…) 쾅쾅쾅-. 쿠로츠치 : 야! 문 열어! 노란 머리! 파란 눈! 안 열면 계속 소리지른다! 덜컹-. 데이다라 : 시끄러워! 며칠 전부터 자꾸 찾아와서 뭐하는 짓이야! 아무리 츠치카케 님의 손녀라고 해도 뭐든 다 용납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 꼬맹이가! 음! (쿵) 쿠로츠치 : 으이이잇… 일 그만두고 맨날 집에서 뭐하냐! 또 점토나 만지고 있지! 그렇게 점토가 좋으면 점토랑 결혼해라! 바보! 데이다라 :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뜨거운 맛 좀 볼래! 음! 쿠로츠치 : 나랑 놀아! 데이다라 : 싫어! 쿠로츠치 : 나랑 놀아!!! 데이다라 : 싫어!!! 쿠로츠치 : (울먹) 데이다라 : 뭐야, 우는 거냐? 역시 너 꼬맹이구나. 하하하. 쿠로츠치 : 그치만… 그치만… 오늘이… 내… 생일이란 말이야아아… 흑……. 데이다라 : ……. 쿠로츠치 : 모두 축하해주는데… 왜 너만 없는 거야… 바보… 노란 머리……. 데이다라 : 축하가 받고 싶으면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나랑 여기 있어봤자 아무것도 받을 수 없어. 난 너랑 달리 생일 축하 같은 거 받아본 적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음. 쿠로츠치 :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생일 놀이 하자! 데이다라 : 생일 놀이라니, 너 말이야……. 쿠로츠치 : 실례하겠습니다! 데이다라 : 잠깐! (…) “사소리 오빠도 참, 옆에 있어주는 것 정도는 해주지.” “그러게 말이다. 음.” (…) 쿠로츠치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쿠로츠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데이다라 : ……. 쿠로츠치 : 봤어? 우선은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리고 케이크의 촛불 끄고… 어라, 그러고보니 너 생일이 언제야? 난 오늘, 5월 5일! 너는? 데이다라 : 5월 5일……. 쿠로츠치 : 나랑 똑같잖아! 그럼 노래를 한 번 더 불러야겠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데이다라 오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데이다라 : 뭐가 그렇게 좋냐……. 쿠로츠치 : 생일은 좋아! 사람들이 잔뜩 모이고 다들 나만 쳐다보잖아! 맛있는 거 먹고 선물을 이만큼 받을 수 있잖아! 헤헤헷-. 데이다라 : 선물… 보다시피 내가 가진 건 점토로 만든 것들이 전부야. 음. 쿠로츠치 : 이 중에서 하나 골라도 돼? 가져도 돼? 데이다라 : 뭐가 가지고 싶은데? 쿠로츠치 : 으음… 이거, 이거! 레오지? 맞지? 나 이게 좋아! 데이다라 : 그거라면 좋아. 가져가. 쿠로츠치 : 예에에에~~~. 데이다라 : 푸훕-. 쿠로츠치 : 앗! 데이다라 : 왜 그래? 쿠로츠치 : 어떡하지! 난 너한테 줄 게 없어! 데이다라 : 딱히 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꼬맹이 주제에 무슨 선물이야. 쿠로츠치 : 꼬맹이도 선물 할 수 있는걸! 눈 감아봐! 데이다라 : 자, 감았다. 음. 쪽-. 데이다라 : ? 쿠로츠치 : (발그레) 데이다라 : 야, 너……. 쿠로츠치 : 앞으로 매년… 생일… 같이 보내자… 응…? 데이다라 : 뭐야 그거… 프러포즈처럼 들리잖아……. 쿠로츠치 : 프러포즈…? 그게 뭐야…? 데이다라 : 저와 결혼해주세요- 하고 말하는 거야. 남자가 여자한테. 쿠로츠치 : 결혼…?! (화끈) 데이다라 : 툭하면 욕하고 때려서 몰랐는데 너도 다른 여자애들처럼 귀여운 구석은 있구나. 시끄럽긴 해도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고… 사는 배경은 다르지만 친구 정도는 될 수 있을지도. 음. 쿠로츠치 : 친구? 데이다라 : 그래, 친구. 모든 관계는 친구부터 시작하는 거야. 갑자기 프러포즈부터 하는 녀석이 어딨냐. 쿠로츠치 : 그렇구나! 데이다라 : 하지만 복직은 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쿠로츠치 : 어째서! 데이다라 : 나랑 놀고 싶으면 그냥 놀러와. 문 열어 줄 테니까. 쿠로츠치 : 정말? 데이다라 : 대신 츠치카케 님이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나 같은 놈이랑 어울리는 걸 알면 분명 걱정하실 거야. 쿠로츠치 : 비밀! 알았어!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데이다라 : 응, 착해, 착해. (쓰담쓰담) (…) "맛이 어때?" "맛있다. 음." (…) 쿠로츠치 : 이게 뭐야? 데이다라 : 보면 몰라? 샐러드잖아. 쿠로츠치 : 나 야채는 싫은데, 고기는 없어? 데이다라 : 우리 집엔 없어. 그만 돌아가래도 싫다니까 어쩔 수 없지. 이참에 너도 야채를 좋아해보도록 해. 음. 쿠로츠치 : 이거 파프리카지? 데이다라 오빠는 이것만 먹어서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한 거야? 데이다라 :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쾅쾅쾅-. ??? : 쿠로츠치 아가씨! 아가씨! 데이다라 : 이런… 곤란하게 됐네. 네, 나갑니다. 덜컹-. 남자 : 아가씨!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사모님께서 걱정하셨다구요!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가시지요! 쿠로츠치 : 알았어. 오빠, 가자. 남자 : (오빠…?) 데이다라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안 가. 쿠로츠치 : 어째서? 오늘은 쿠로츠치의 생일이고 오빠의 생일이잖아. 같이 보내기로 했잖아? 데이다라 :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 멋대로 정하지 마. 음. 쿠로츠치 : 그치만… 그치만… 우리 친ㄱ……. 데이다라 : 뭐? 쿠로츠치 : ……. 남자 : 쿠로츠치 아가씨, 시간이 없습니다. 가시지요. 쿠로츠치 : 싫어. 남자 : 아가씨? 쿠로츠치 : 싫어! 싫어! 노란 머리랑 있을 거야! (퍽! 퍽!) 남자 : 억! 더헉! 아, 아가씨… 그렇게 때리시면……. 또각또각-. 또각또각-. 여자 : 그만 하렴, 쿠로츠치. 언제까지 떼를 쓸 생각이니. 쿠로츠치 : 뭐야, 아줌마! 여자 : 아줌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야지. 쿠로츠치 :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야! 엄마는 죽었어! 여자 : 아가씨를 데려가세요. 남자 : 네! 쿠로츠치 : 싫어! 이거 놔! 여기 있을 거야! 노란 머리랑 있을 거야! 싫어! 싫어어어! 데이다라 : ……. 여자 : 네 집이 여기였구나. 이렇게 치안이 엉망인 곳에 쿠로츠치 혼자 오다니……. 데이다라 : 가난한 녀석은 있어도 나쁜 녀석은 없습니다. 가끔 싸움이 벌어지긴 하지만 아무도 어린 여자애를 건들지는 않아요. 여자 : 너도 알다시피 쿠로츠치는 츠치카게님의 손녀란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지. 너희 닌자들은 마을을 위해 싸우듯이 그 아이를 위해 싸워야 해. 함께 어울리는 게 아니라. 알겠니? 데이다라 : 닌자들은 분명 마을을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어째 저희와 아가씨 목숨에 무게를 달고 계신 것 같은 말투시군요. 혹시 목숨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자 :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사람의 목숨 조차 저울질하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걸. 아까 듣자하니 쿠로츠치와 네 생일이 같은 모양이던데… 이거 받으렴. 데이다라 : 필요없습니다. 여자 : 생일이잖니. 먹고 싶었던 거나 갖고 싶었던 걸 사렴.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데이다라 : ……. 또각또각-. 또각또각-. 데이다라 : 잠깐만요. 여자 : ? 데이다라 : 혹시… 제 이름… 기억하세요…? 여자 : 쿠로츠치가 널 참 잘 따랐지. 금발의, 작은, 경호원군? 데이다라 : ……. (…) "데이다라, 손이 멈춰 있어." "아… 미안……." "몸이 안 좋은 거야? 먹기 힘들면 그만 일어나도 돼." "아니다, 네가 모처럼 만들어줬는데 먹어야지. 미안한데 물 한 잔만 따라주지 않겠냐. 지난번에 입은 부상 때문에 아직 움직이기 불편해서. 음." "알았어." 데이다라의 안색이 점점 안좋아지는 것이 보인다. 괜찮은 걸까.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 앞에 서서 유리컵에 물을 따른다. 등 뒤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숨을 참고 있는 건가. 이윽고 킁 하고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 어쩌지.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데이다라의 옆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싶다. 괜찮다며 안아주고 싶고, 눈물을 대신 닦아주고 싶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그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데이다라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쌓아온 단단한 벽을, 그 강함을 내가 멋대로 무너뜨려도 되는 걸까. 내 섣부른 행동으로 행여 그가 더 상처를 입진 않을까 두렵다. "저기… 나, 역시 가서 오빠를 불러올게." "아아… 부탁한다……." 주방을 뛰쳐나와 복도 위를 걷다 잠시 멈추어 서서 주머니 속의 작은 상자를 꺼낸다. 데이다라에게 줄 선물. 식사를 하면서 건네줄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지금은 데이다라의 심경이 꽤 복잡한 것 같으니 이따 날이 저물면 그의 방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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