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했더니 겨우 그거였냐, 음?"
"겨우라니, 평범하게 생각해도 용기가 필요한 말이잖아." "무얼 새삼스레, 네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거야? 자만이 너무 심하시네요, 데이다라 씨." "호오…?" 공중에 떠 있던 데이다라가 조용히 지상으로 내려온다. 머지않아 그가 타고 있던 새가 퐁- 하고 연기와 함께 사라진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뒤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지그시 바라본다. "내가 자만하고 있는 거냐?" "……." "난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믿었을 뿐이다." 그의 손이 뺨에 살짝 스친 것만으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다. "너는 좀처럼 속에 가진 것을 감추지 못하니까 말야. 얼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음." 중저음의 목소리와 평소보다 부드러운 말투가 귓가에서부터 가슴까지 닿아온다. 두근두근. 심장의 고동이 그의 앞에서 나를 점점 작아지게 만든다. 이래서야 도저히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너 좋아한다는 거……." 고백하기 전부터 데이다라가 내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지난 날 내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무덤덤하기 그지없었던 그의 얼굴을 보고 깨달은 것이다. "날 볼 때 마다 너의 뺨이 붉어지기 시작했을 때였지." "아… 나 정말 알기 쉽구나……." "심지어 도망까지 쳤잖아. 벌써 잊은 거냐, 음?" 큭큭 웃으며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묘하게 분하고 부끄럽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 그래도 내게 먼저 사랑한다고 말한 쪽은 데이다라였다. 게다가 망설임 없이. 그 점을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고동이 다시 빨라지고 얼굴의 온도가 더 뜨겁게, 뜨겁게 올라간다. "이것 봐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얼굴이 빨개져?"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가 아니잖아, 또 폭발할 것 같이 되었다고. 야한 생각이라도 한 거냐? 음?" "했을 리가 없잖아…! 정말이지, 놀리는 것은 그만둬…!" 나를 장난스레 끌어안는 데이다라. 발버둥쳐보지만 짓궂게도 놓아주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라, 기뻐서 그러는 거니까." "……." 발버둥을 멈추고 온전히 그의 품에 안긴다. 뒤통수를 감싸오는 손이 너무나도 다정하다.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어깨에 기대니 그가 내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가끔은 너의 입을 통해 듣고 싶어.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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