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따라나서도 괜찮겠냐?"
"응, 이제 괜찮아." 솔직히 말자하자면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지만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히단 자식, 나 술 못 먹는 거 뻔히 알면서 자제 좀 시켜주지. 보나마나 날 빨리 재우고 들어가려고 일부러 마구 마시게 했겠지. 사람이 하소연을 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는 게 인지상정이건만, 어젯밤 실수한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질 않나. 자기는 취하지도 않으면서. 우이쒸. "그보다 오늘은 웬 일이지?” “음?” “전에 오빠가 그랬거든. 앞으로는 인주력인지 뭔지를 사냥해야 돼서 같이 다니기 어려울 거라고. 내가 아무리 졸라도 들은 척 만 척이었는데, 오늘은 오빠가 먼저 나가자고 하는 거야. 갑자기 데이다라랑 같이 타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뭐지.” “음…….” “데이다라는 뭔가 짚이는 거 없어?” “그, 글쎄다. 나리도 너랑 떨어지는 게 아쉬운 거겠지. 나와 같이 타라고 한 것은, 지금 뭔가, 혼자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거다. 아마도. 음.” “그런가…….(긁적긁적)” 문득 고개를 숙이니 아득한 대지가 보인다. 오늘따라 조금 이상한 것 같다. 데이다라 혼자 날 때는 원래 높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오빠가 함께일 때는 낮게 나는 것이 보통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데이다라도 오빠도 새의 높이가… 언제나 오빠보다 한 치 만큼 높이 나는 데이다라 쪽에 올라 있는 나로서는, 슬슬 고소공포증이 밀려온다. “저… 저기… 데이다라… 높이를 좀 낮추면 안 될까…?” “무섭다면 소인술을 써서 내게 오지 그러냐. 음.” “실은 지난 날 독수리가 날 오빠에게서 채간 적이 있어.” “푸훕-.”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그날 이후로는 무서워서…….” “절대로 놓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라. 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랜만에 변해볼까. 비행 중에 갑자기 소인술을 쓰면 바람에 날아갈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일단은 데이다라의 앞으로 가서… 조금 부끄럽지만, 그에게 안겨야만 한다. 그래야 그의 손바닥에 안착할 수 있다. “갑자기 냠냠이 안 나오게 조심해. 미끄러지면 떨어질 거야.” ”걱정 붙들어 매라. 자.” 데이다라의 손을 꼭 붙잡고 조심스레 인을 맺어 몸의 크기를 줄인다. 어느 정도 줄어들고나면 그가 반대쪽 손으로 나를 받쳐준다. 그리고 더 작게, 더 작게, 그가 두 손을 모으면 그 안에 갇힐 정도의 난쟁이가 된다. 굳이 빗대어 말하자면 지금 내 키가 그의 손가락 길이 정도일까. “네 술법은 언제 봐도 신기하군.” “독수리가 채가는 걸 보면 아주 기가 막힐 거야. 오빠도 그런 얼굴이었어.” “푸훗! ㅍ하하하하-!” “웃음이 나와? 난 진짜 그대로 아기새들의 먹이가 되는 줄 알았다구. 갑자기 소인술을 풀면 떨어지니까 그럴 수도 없고, 오빠가 아주 고공 낚시질을 해서 겨우 구출됐다니까.” “그래, 그래, 정말 무서웠겠다. 음.” 쓰담쓰담-. 그가 어깨 위에 앉은 내 머리를 손끝으로 살며시 쓰다듬어준다. 내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의 웃는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듯하다. “한 번은 고양이에게 물려갔는데, 그 고양이가 나를 새끼로 착각하는 거야. 나중에 오빠가 하는 말이 ‘(사소리 흉내)너한테서 냄새가 나는 거 아니냐. 좀 씻어라.’였어. 정말이지.” “너도 여러가지로 고생이 많구나. 짐승에게 채어지거나 물려가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음.” “다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부끄러워서 안 하는 것 뿐이야.” 데이다라에게 기대어 두 눈을 지그시 감노라면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또 얼굴이 뜨거워지면 어쩌나, 심장이 마구 뛰어대면 어쩌나 했는데,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이라면 잠시나마 예전의 남매 같은 사이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레오야.” “응?” “미안하다.” 문득 데이다라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게 들려온다. “미안하다니, 뭐가?” “전부 다. 내가 했던 말들 전부 다, 그냥 못들은 것으로 해줘. 음.” “…….” “지금 내가 널 가지는 건 쉬운 일이지만, 언젠가…” 그가 뜸을 들이는 동안, 그 잠깐의 침묵이 무겁게 느껴진다. “널 버리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될 거 같아.” 그의 말이 너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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