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다라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다. 샤워를 하러 간 그를 기다리며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문득 떠올린 생각이다. 평상시 내가 하는 일은 오로지 가사일 뿐이지만 일단 나도 정식으로 시험을 봐서 합격한 닌자이고, 한때 이마에 서클렛을 하고 다니던 여자다. 그러니까 이 정도 일쯤은 별 것도 아니다.
덜컥─. 문이 열리고 데이다라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자마 차림에 수건을 어깨에 걸친 모습으로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닦는다. 그리고 내 모습에 약간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휘우~. 일단 휘파람 한 번 불어주고. "거기 서 있는 오빠 마치 나처럼 잘생겼네-. 시간 있으면 같이 재미 좀 볼까-?" "뭐 하는 거냐? 음?" 그가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데이다라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거기에 요염한 자세로 누워 있으니 웃음이 나올만도 하다.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는 데이다라. 그의 뒤로 능청스레 다가가 두 팔로 끌어안으며 입술을 쭉 내밀고 뽀뽀를 시도한다. "자기애가 부족한 데이다라에게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게 해주려고 그러지-. 우우-." "그만둬, 징그럽다." 자신의 얼굴에 대고 징그럽다니. 정말 그렇게 느껴졌는지 그가 질색하며 몸을 뒤로 뺀다. 지난 번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키스만은 하게 해줬건만, 그에게 키스를 거부당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이 얼굴을 봐, 사랑스럽지 않아?" "나름 애썼다만 부족하군."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 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턱 밑으로 가져가자, 관심 없는 듯 흘깃 쳐다보았다가 흠칫 놀라며 그가 나를 홱 돌아본다. "어이, 나로 변신해서 무슨 터무니없는 자세를 취하는 거냐? 음?" 한순간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이 문득 원래대로 돌아오는가 하면 어쩐지 오묘한 느낌으로 변한다. 그대로 입을 닫은 채 그가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왜 그래?" "아, 아니… 내 얼굴에 여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닥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잠깐 충격을……." 그의 말에 웃으며 몸을 똑바로 일으킨다. "나도 그랬어. 어렸을 땐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점점 예뻐지고 있는 것 같아." 어쩐지 한기가 느껴지는 듯해서 데이다라에게로 시선을 되돌린다. 아니나다를까 찌푸린 얼굴이 되어 거울에 비친 나를 은근히 노려보고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무 말 없이 외면한다. "데이다라, 칭찬을 들으면 조금은 기뻐하라구." "그게 무슨 칭찬이냐. 음." 데이다라에게는 예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건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딱히 불쾌함을 느낄만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자라고 무조건 터프하거나 와일드할 필요는 없잖아. 데이다라 같은 미소년도 여자들한테 얼마나 인기 많다구." 상체를 숙여 살며시 다가가 데이다라의 손을 어루만진다. "실제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여자들을 또 들먹이는 거냐? 전혀 위로되지 않으니까 집어치워라. 음." 집어치우라는 말과 함께 그가 자신의 손을 거둔다. 오늘은 유난히 날카롭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조금 더 대담하게 그의 팔을 붙잡고 나를 향해 앉게 한다. "나도 미소년 좋아하는데. 데이다라는 머리카락이 예쁘고 몸도 마른 편이어서 더 좋아." "거짓말! 여자들은 모두 크고 단단한 걸 좋아한다!" 그가 두 손을 꼭 쥐며 외친다. "그렇게 말하면 굉장히 이중적으로 들려오니까 그만둬.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야. 딱히 외모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일단 좋아하니까 반한 거고 이렇게 사귀고 있는 거잖아." "너는 지금껏 남자를 접할 기회가 그다지 없었다. 나를 좋아하게 된 건 그냥 내가 너의 옆에 있었으니까 아니냐? 만약 토비가 나 대신 좀 더 일찍 입단했다면…" "거기까지!" 집게손가락을 뻗어 데이다라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분위기가 한차례 가라앉은 뒤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한다. "만약 과거가 바뀐다면 그땐 어떻게 될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의 내가 데이다라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야." "……." "사귀기 전에 내가 너한테 매달렸던 거 다 잊었어? 우리 관계는 언제나 네가 갑이고 내가 을이었잖아.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진 거야?" 내 물음에 시선을 모로 향하고 있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왜냐면… 네가… 이따금씩 다른 곳을 보니까……." 그의 말이 약간이지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다툰 일도 있고 하니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안타까워서 가슴이 아프다. "내가 머리 말려줄까?" 애써 한숨을 삼키고는 데이다라의 어깨에 걸쳐 있던 수건으로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마저 닦는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말이야, 데이다라.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던 외로움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병'을 앓는 거라 착각하고 있었지." 새삼 지나간 날들과 함께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말을 잇는다. "언제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필사적이었는데, 나중에는 그게 묘한 집착으로 변하더라구. 그래서 지금도 가슴에 빈자리가 생기면 괜스레 불안해져." "……." "설령 내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해도 그건 딱히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야. 생각해봐, 애인이 있어도 가족이라든지 친구는 필요하잖아." "가족이건 친구이건 언젠가 그 이상을 원하게 될지 어떻게 알아. 너와 나도 원래는 누나와 동생 같은 관계였다고. 음." "그래, 어쨌든 남이고 이성이니까 가끔 '멋지다'라든가, '잘생겼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리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야." 금발의 머리카락이 어느정도 마른 것 같아 수건을 세탁물 바구니에 곧게 펴서 걸쳐놓는다. 그런 다음에는 데이다라의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다. 그의 손을 붙잡고, 그를 지그시 올려다 보며 말한다. "우리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잖아. 그렇게 힘든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할 수 있을 만큼 난 그리 강한 사람이 못 돼." "……."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네가 싫다면 다른 곳은 보지 않을게. 언제까지고 이렇게 쭉 너만 바라보고 있을게. 그럼 안심할 수 있겠어?" 나와 마주보는 데이다라.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 망설임이 비친다. "오늘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해라." 그것이 대답인가. 쓴웃음을 짓고 무릎을 펴고 일어나 데이다라의 어깨를 살며시 붙잡는다. 그리고 키스를 하려는데─. "어, 어이. 변신술은 풀어라. 음." "난 이대로도 괜찮은데." "내가 괜찮지 않다. 나더러 자신과 키스하라는 거냐." "그건 그것대로 불타오ㄹ…" "풀어라!╬" 한순간 정말 흥미가 생겼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변신술을 풀고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뒤 다시 한 번 데이다라에게 다가간다. 비로소 입술이 닿고 따뜻함과 부드러움에 서서히 몸의 긴장이 풀린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데이다라가 입고 있는 파자마의 단추를 푼다. 그런데 이상하리 만큼 두근거린다. 가슴이 눌리는 듯하고 숨이 막힌 듯 괴로워져서 저도 모르게 입술을 떼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맙소사, 우리 이게 얼마만에 하는 거지?" "그게 뭐가 중요하냐? 음?" 거울 앞 테이블에 팔을 걸친 채 흐트러진 모습이 되어 있는 그를 보니 쿵쿵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하고 몽롱한 기분이 든다. "가슴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아. 마치 처음 했을 때처럼." 한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말하자 데이다라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고보니 그때의 나는 연상의 여자로서 여러가지로 자괴감을 느끼고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내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 "호오, 어디 한 번 해봐라. 그렇잖아도 오늘 난 사랑받고 싶은 기분이거든. 음." 데이다라의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얇아지며 나를 도발한다. 그리고 유혹한다. 두근두근. 젠장. 이젠 내게도 나름 관록이란 것이 있는데 그에게 얕잡아보이고 있다 생각하니 묘하게 오기가 생긴다. 다시 입술이 겹쳐지고 키스를 계속하며 그의 옷을 팔까지 내린다. 그리고 어깨에도 입을 맞춘다. 문득 그의 따뜻한 손이 부드럽게 뒤통수를 감싸온다. 머리카락이 스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정적 속에서 은근히 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언제까지 여기서 할 셈이냐. 침대로 가자고. 음." 그가 손끝을 살짝 세우는 순간 뒤통수에서부터 머리끝 발끝까지 찌릿 하고 퍼져나간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아아 정말. 젠장.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데이다라의 흐트러진 앞섬을 움켜쥐고 그대로 끌어당긴다. 그를 일으켜 침대 위로 쓰러뜨리는데 과연 이건 좀 당황스러웠는지 '어, 어엇…;;'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데이다라, 잠깐 냠냠이 빌려줘." "?" 그에게 올라타서 손을 살며시 붙잡는다. 손바닥을 살살 어루만지자 근육의 긴장이 풀리며 냠냠이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보통 이것을 벌릴 필요가 있을 때는 데이다라에게 부탁해야 하지만, 그가 잠들어 있을 때 항상 조금씩 벌어져 있는 것을 보고 방법을 터득했다. "잘 보고 있어." 그의 손바닥에 키스를 하고 벌어진 틈으로 혀를 넣는다. 처음에는 살짝 경직되어 있던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빠르게 나를 받아들인다. 혀가 얽히고 설키며 점점 뜨거워지고 녹아버릴 듯한 기분이 들 때 쯤 손을 놓는다. 그리고 반대쪽의 입에 같은 일을 반복한다. 혀를 섞다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고 손가락 끝까지 키스를 계속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데이다라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그의 숨이 약간 거칠어졌다. "키스하고 싶지? 키스해주세요라고 누나에게 부탁해보렴." 아까 데이다라가 그랬듯 이번에는 내가 그를 도발한다. "키… 키… 키스해라…!" 그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빨개진 얼굴을 모로 홱 돌리며 외친다. 그렇게 간단히 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지만 그의 말투는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명령조다. 부탁이 어려우면 하다못해 권유라도 해보지. 뭐 명령을 하는 쪽이 데이다라에게 더 잘 어울리긴 한다. 제법 오랜 시간 손에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는지, 비로소 데이다라 본인의 입에 키스를 하노라면 그의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새어나온다. 최근 그는 스킨십에 소극적이었고 키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천천히 예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부드럽게 흐름을 타고 두 팔로 나를 안아오는 데이다라의 목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귀에, 그 언저리를 은밀하게 핥는다. 그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감각을 닫으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데이다라, 기분 좋은 것 참지 않아도 돼."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이런 상황에서는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내… 내가 그런 소리를 내봤자… 이상할 뿐이고… 부끄럽잖냐… 음……." "난 듣고 싶어. 그리고 무슨 반응이 있어야 네가 좋은지 어떤지 알 수 있지." "잠깐 타임… 쉬었다 하자… 음…?"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 없는데. 무얼 새삼스레. 지금까지 모서리에 다리를 걸치고 있던 데이다라가 완전히 침대에 올라서 가운데로 자리를 옮긴다. 그를 따라서 나도 어기적 어기적 그곳으로 기어가 앉는다. "애당초 데이다라 넌 어딜 만져야 기분이 좋은 거야? 너에게도 성감대라는 게 있을 것 아니야." "그런 것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 네가 직접 찾아라." 그 동안 데이다라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 주도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겉모습 외에는 그의 젊음을 그다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래도 역시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 같은 표정에 어른 같은 말투를 쓰고 있지만 이따금씩 감출 수 없는 부분이 드러난달까. 새침하게 고개를 모로 돌리니 정말 귀엽다. 게다가 뭐야 이 아기 같은 발은… 나보다 작지 않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무리 없이 들어갈 것 같은데. 그리고 왠지 솜사탕처럼 부드러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엄청 변태처럼 느껴지지만 애당초 내 남자의 어디가 예쁘지 않으랴. 마침 엎드리기 딱 좋은 자세랄까, 어쨌든 묘한 충동이 일어나서,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었던 곳, 데이다라의 발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어, 어이…!" 그의 다리를 만지고 천천히 타고 올라가며 헐렁하게 느껴지는 파자마 하의를 슬쩍 올려본다. "진짜 털이 없네." 방해물이 없으니 딱히 문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정강이 선을 따라 그의 다리를 핥는다. "부끄러운 것을 입 밖에 내지 마라… 콤플렉스라고……." 움찔 하고 떨리며 그가 다리를 슬쩍 뒤로 뺀다. 도망치면 욕망은 더 짓궂어지는 법.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번 아래서부터 위로 핥는다. 그런데 다리에 털이 없는 게 어째서 콤플렉스지. 굉장히 매끈해서 오히려 예쁘다고 생각한다. 데이다라는 예쁘다는 말이 듣기 싫은 모양이지만 어쨌든 애인인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면 그만 아닌가. "하아… 하아……." "데이다라, 다리가 약하구나." "……." 숨이 거칠어져 있던 그가 내 말을 듣고 부끄러웠는지 입을 꾹 닫아버린다.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되어서는, 아무래도 적중인 것 같다. 말하지 말걸 그랬나. 모처럼 솔직해졌건만 다시 목각인형처럼 되어버렸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참는 건지 모르겠다. 내게 휘둘리고 싶지 않은 건가.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든지. 그렇다고 해도 성감대 마저 참 고상하다. 어차피 내가 을이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어이… 키스해라……." 그가 조금 지친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키스하라니, 아까부터 내가 계속 하고 있던 것은 뭐지. 혹시 자기 입에 해달라는 건가? 입이 쓸쓸한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뒤 한손으로 인을 맺어 분신을 만든다. "일단 내 분신이랑 하고 있어." 모처럼 성감대를 찾았으니까 어디까지 그를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워낙 예쁜 다리라서 나도 모르게 몰두를 하고 있었다. 발목이 어찌나 얇은지, 문득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보기 좋게 살짝 튀어나와 있는 복숭아뼈에 키스를 하고 그의 다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지금은 윗쪽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저쪽에서도 뭐 그럭저럭 재미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됐어… 키스해라……." -라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데이다라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하늘색 눈동자가 어느덧 나를 향해 있다. "거기 있는 나랑 하라니까." "분신은 싫다…! 빨리 키스해라…!" 절대로 해주세요라고는 안 하는구나. 어쩔 수 없지. 주인님 분부에 따를 수밖에. 분신을 없앤 뒤 다시 어기적 어기적 그의 몸으로 기어올라 입을 맞춘다. 조금 전까지는 좀 더 다리를 자극해서 데이다라를 괴롭히고 싶었는데, 사람의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막상 입술이 닿으니 달달한 기분이 들면서 또 다른 욕망이 밀려온다. 자신의 몸도 데이다라 못지 않게 뜨거워졌다. 내가 위에서 하는 것은 오랜만이라 괜스레 가슴이 떨린다. 묘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쾌감과 뒤섞여 지금 내 의식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 머리가 멍해져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비로소 그와 이어져서 보다 격렬한 행위를 이어나간다. "하아… 하아……." 내가 여자니까 먼저 절정을 느끼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엔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똑같이 숨이 거칠어도 내쪽에는 여유가 생긴 반면 데이다라는 아직 괴로워보인다. "키스해라……." 문득 들려오는 귀여운 중얼거림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고, 아직은 조금 힘들지만 데이다라의 뺨을 감싸며 그에게 키스한다. 다시 찾아온 정적 속에 혀가 얽혀지고, 머지않아 그가 나를 끌어안으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하……." 뜨거운 열기와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옅은 감각과 가슴에 스며드는 여운을 느꼈다. 서서히 꿈에서 깨어나듯 의식이 맑아지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데이다라와 마주본다. 다툼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색해진 동안 나를 외면하기 일쑤였던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지금은 나를 똑바로 향하고 있다. 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어?" "이… 이것만으로 알까보냐… 좀 더 키스해라……." 아직도 부족한 건가. 오늘은 더는 여한이 없을 정도로 한 것 같은데. 나로부터 키스받는 것을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평소부터 좀 더 자주 할 걸 그랬다. 살짝 당혹스럽긴 하지만 그의 '키스해라'라는 말에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어느때보다 다정하게 데이다라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애정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는 그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한달까.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그가 나를 받아들이려는 순간, 고개를 슬쩍 뒤로 뺀다. 처음에는 애태우기인가 하고 그러느니 하던 데이다라가 이제는 장난이라는 걸 알았는지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뭐 하는 거냐…? 장난하지 말고 키스해라…! 음…!" 아아, 새삼스럽지만 내 애인은 어리다.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지만 그러면 내 생각이 들켜서 토라질지도 모르니 일단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 좋겠지. "네, 네." 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둘 다 웃음을 터뜨리고는 여전히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한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오랜만이라서 더 달달한, 정말 달달한 기분이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