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몸을 벌떡 일으키며 꿈에서 깨어났다.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소매로 닦고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와 멍한 기분이지만 떨리는 감각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 괜찮은 거냐? 음?"

  데이다라의 차가운 손이 뺨에 닿아온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니 조금은 진정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행이다, 아직 출발하지 않았구나. 사소리 오빠는?"

  "먼저 갔다. 그 양반 기다리는 건 질색하잖냐."

  "에……."

  이제 아지트에는 없는 건가. 어제 과음을 한 탓에 거의 기절한 듯 잠들어 버려서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결국에는 늦잠까지 잤다.

  하지만 오빠도 나쁘다. 아무리 싫어도 조금은 기다려주지. 아니면 깨워주기라도 하든가. 보름 만에 만나서 고작 하루 곁에 있다가 다시 훌쩍 떠나 버리다니, 정말 무심하다.

  "그럼 데이다라는 왜 아직…?"

  "아… 오늘은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떠나기 전에 아무래도 너와 인사를 하고 싶었다. 음."

  "묘한 기분…? 실은 나도 방금 이상한 꿈을 꿨어. 이상하달까, 무섭달까. 오빠한테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하질 않는 거야. 그래서 손을 뻗었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져서……."

  다시 밀려드는 불안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런 나를 살며시 안아주는 데이다라. 그런 꿈으로부터 깨어나 눈을 떴을 때 그 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데이다라의 가슴에 뺨을 부비적 거리니 그가 다정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럼 나도 이만 가겠다. 음."

  쪽-. 내 머리에 입을 맞추고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웅해줄게."

  "그럴 필요 없다. 좀 더 자두어라."

  "아니야, 가는 모습 보고 싶어. 세수랑 양치만 금방 하고 나갈 테니까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줘."

  세안을 마친 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모아 질끈 묶고는 그야말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조치를 하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가버렸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데이다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곧 하얀 새를 타고서 날아오를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데이다라."

  "이제 괜찮은 거냐?"

  "아직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좀 울렁거려."

  "아까 말하는 것을 깜빡했는데, 나리가 일어나면 작업대 위에 놓아둔 음료를 마시라고 했다. 그걸 마시면 속이 한결 편해질 거다. 음."

  인사를 할 새도 없이 서둘러 떠나고는 숙취 음료를 만들 시간은 있었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는 오빠를 원망하면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데이다라, 우리 오빠 잘 부탁해."

  "나리에게는 내 도움이 딱히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만."

  데이다라의 손을 꼭 붙잡고 살살 어루만지며 그에게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그러자 그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내 뺨을 감싼다.

  "너무 걱정 마라. 음."

  "무사히… 임무가 끝나면, 각자 할당량을 채우면 그 길로 곧장 돌아와. 부탁이니까 제발 무리하지 마."

  데이다라의 얼굴에 문득 희미하게 수심이 비친다.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지으며 뺨을 어루만진다.

  "멋지게 아트하고 돌아오겠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것 쯤은 데이다라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씩 그가 원망스럽다.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말해줄 수 없는 그의 입장이.

  대신에 그는 이렇듯 어느 때보다 더 상냥하게 내게 입을 맞춰온다. 처음에는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고, 점점 몸이 달아오르며 빠져든다.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자 그가 들어오려는 듯이 내 입술을 살짝 핥는다.

  찌릿 하고 올라오는 감각을 얌전히 받아들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당황하며 그를 밀어낸다.

  "아, 안 돼…!"

  "아무도 없잖냐… 음……."

  그가 아쉬운 듯 얄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조금 전의 여유로운 웃음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간식을 빼앗긴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어제… 오랜만에 하고 싶었는데… 나리가 데려가는 바람에 못하고… 음……."

  그랬구나, 오구오구 내 남자. 쓴웃음을 지으며 데이다라를 끌어안는다. 그래도 어깨너머로 그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나리가 어쩌구 저쩌구. 귀엽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비로소 그의 손을 놓아준다. 이윽고 냠냠이의 입에서 나온 작은 점토가 새로 변하고, 그 위에 그가 올라탄다.

  커다란 날개짓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높이 떠오르는 그를 올려다 보고, 점점 멀어지는 모습으로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나니 다시금 쓸쓸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느껴도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아지트 쪽으로 돌아선다.

  "무사히 돌아와… 사소리 오빠, 데이다라."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죽기만 해.

  나도 따라 죽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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