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중하고 있다. 잠깐만 기다려라. 음."

 "빨리 오지 않으면 내가 전부 먹어 버릴 거야."

 "아아, 딱히 상관없다."

 빠직-. 국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상관없다니.

 "데이다라가 좋아하는 오뎅폭탄도 만들었어. 내가 일.일.이. 생선살을 다져서 말이야. 아이구, 팔 아파-."

 "……."

 이젠 아예 듣지도 않는구만.

 예술가에게 창작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 그러나 애당초 데이다라는 먹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와 같이 다니는 사소리 오빠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은 요리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른다.

 나도 피곤한데, 그 피곤함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봄으로서 푸는 것인데. 이럴 때 마다 괜스레 한 번씩 울컥- 하곤 한다.

 "어제도 너 기다리다가 지쳐서 나 혼자 먹었어. 그 전날은 임무로 없어서 혼자 먹었지. 그 전날도, 전전날도, 전전전날도!"

 "아, 알았다. 음.;;;"

 나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별 수 없이 속상함이 겉으로 드러난다.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오니 과연 어쩔 수 없었는지, 데이다라가 손에 쥐고 있던 점토를 내려놓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으로 향한다.

 (…)

 알고 있다. 나 자신도 예술에게 이길 수 없는데 내 요리는 오죽할까. 얼핏 보면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지금 데이다라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점토, 점토밖에 없다.

 한 번쯤은 맛이 어떻다든가 하는 말을 해주어도 좋을 텐데. 정말이지 요리하는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옛날의 데이다라였다면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었을 것이다. 그때는 뺨에 젖살이 통통하게 붙어 있어서 꽤 귀여웠다.

 그랬는데, 밥을 먹지 않고 또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소리 오빠와 같이 다니다보니 식사의 의미를 완전히 잊어 버린 것 같다.

 아아, 그때의 데이다라가 그립다. 내 앞치마를 꼭 붙잡고 오뎅폭탄을 만들어달라고 할 때의 모습, 꼬옥 껴안아주고 싶다.

 "잘 먹었습니다."

 "벌써?"

 "벌써가 아냐. 네가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히죽거리고 있는 동안 충분히 천천히 먹었다고. 음."

 "이, 이상한 상상이라니, 데이다라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어. 그때는 귀여웠는데……."

 "나에게 귀여운 것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나. 음?"

 "그야 그렇지. 어린 쪽이 훨씬 좋아."

 흥, 하고 고개를 모로 돌려 버린다. 하지만 데이다라가 왠지 이쪽을 보면서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팔을 다쳤을 때 네가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밥을 먹여준 적이 있었지."

 "응, 기억 나."

 그날 드물게 멤버들이 다수 모여 있었던 터라 식탁이 좁아져서 싫다고 하는 데이다라를 억지로 내 무릎에 앉혔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먹는 것도 거부하다가, 모두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그는 내가 주는 것을 순순히 받아먹었다.

 아, 조금 전까지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문득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데이다라는 어려도 내게 있어서 줄곧 오빠 같은 존재였는데 이따금씩, 아주 이따금씩 그렇게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땐 마치 진짜 남매가 된 것 같아서 기뻤다.

 탁탁-.

 "?"

 무언가 둔탁한 소리에 눈을 떠 데이다라를 바라본다. 그가 다리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 그것은 즉-…

 "귀여운 모습은 보여줄 수 없지만 이런 것은 해줄 수 있다. 이리 와라, 음."

 "노, 농담이지……."

 이 나이에,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왜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지. 와아, 앉고 싶다. 진짜 앉고 싶다. 하지만 부끄럽다.

 "아까는 미안했다.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만 특별히 먹여줄 테니까 사양 마라. 음."

 데이다라가 얼른 오라는 듯 나를 향해 팔을 벌려보인다. 위험하다. 미치도록 가고 싶고 죽도록 응석부리고 싶다. 하지만 부끄럽다. 그래도 내가 연상인데, 그래도 내가 누나인데.

 "사소리 나리의 무릎에는 자주 앉잖아. 왜, 내 무릎은 싫은 거냐. 음? "

 "시, 싫을 리가…(꾸욱)"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어차피 지금 아지트에는 사소리 오빠 외에 아무도 없다. 오빠는 한 번 작업실에 틀어박히면 하루종일 나오지 않으니까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이런 기회, 언제 또 올지 모른다. 놓치고 싶지 않다.

 "착하지, 착하지."

 내가 맞은편에서 가져온 그릇을 앞에 내려 놓고, 데이다라가 내게 직접 밥을 먹여준다. 농담이 아니다. 내가 정말 외롭긴 했나보다. 상대는 그 시절 내 무릎에 앉았던 데이다라인데, 동생 같은 존재인데, 가슴이 설렌다. 기분 좋다. 적잖은 행복감 마저 든다.

 "자, 아- 해라."

 옛날의 나에게 절을 하고 싶다. 그때 정말 잘했다고, 좋아요 100개를 아주 그냥 마구 날려주고 싶다. 5분 전의 나는 반성해라, 이렇게 좋은 걸 부끄럽다느니 하는 시덥잖은 이유로 망설였다니.

 사소리 오빠, 나 솔직히 어른이 되고나서 오빠한테 별로 응석부릴 수가 없어서 쓸쓸했어… 근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아직도 어린 쪽의 내가 더 좋냐? 음?"

 "지금이 최고입니다…(눈물)"

 "그렇지, 음."

 쓰담쓰담-. 다정한 손길도 좋다. 오늘은 정말 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정말 보람찬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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