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최근 내가 이상하다. 어렸을 적부터 오빠에게 엉뚱하다는 말을 자주 듣긴 했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굳이 말하자면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몸에 이상이 생겼다. 아무래도 사소리 오빠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언제나 나에 대한 변화에 눈치채는 것이 빠른데 어쩐지 이번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지금 내게는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 그 문제란 것이 뭐냐 하면- “(발그레)” 바로 이것이다. 데이다라와 같이 있으면 이유 없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이래서야 완전히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여 오해를 받을까 데이다라와 계속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이쯤 되면 슬슬 그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왜 그러냐?” “뭐, 뭐가?” 데이다라가 내 얼굴에 손을 대기 전에 홱 하니 몸의 방향을 튼다. 기껏 배웅을 나와놓고는 상대방을 외면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제 얼굴만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머리까지 멍해지는 것 같다. “나한테 뭔가 화난 거라도 있는 거냐, 음?” “없어.” “그럼 언제나처럼 뺨에…” “자, 잘 갔다 와!” 쌔앵-. 아… 도망쳐 버렸다. 거기서 데이다라의 말을 무시하고 평범하게 웃으며 걸어 들어왔어도 이상하지만 그림이 더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이제 한계인가. 아니, 무슨 한계이지? 대체 나는 무얼 숨기고 있는 거지? 솔직하게 요즘 몸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아…….” 또다. 또 가슴이 꾸우욱 하고 강하게 조여온다. 머릿 속이 금색 하늘색 검은색 데이다라의 색으로 가득하다. 이런 기분 처음… 처음은 아닌가…? 잘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 임무를 나갔던 사소리 오빠와 데이다라가 돌아오는 날. 데이다라를 맞이할 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언제나의 일인데 어째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이런 내가 스스로도 답답하다. 게다가 아까부터 괜히 초조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터벅터벅-. 복도 반대편으로부터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데이다라인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나도 자연스레 앞으로 걸어간다. 다행히 데이다라가 아니다. “뭐야, 히단이잖아. 아직 안 나갔어?” “내가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 나가면 둘이서 뭐하려고?” “둘이라니… 호, 혹시 데이다라가 벌써 돌아온 거야?” “왜 그렇게 놀라? 바람폈냐?” “아니야!” 얄미운 히단을 옆으로 밀쳐 버리고 서둘러 아지트 밖으로 달려나간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와 데이다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보폭을 줄여 천천히 다가가는데 문득 오빠가 걸음을 옮긴다. 내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뭔가 급한 일이라도 떠오른 것일까. “데, 데이다라. 안녕.” “안녕 못한다. 음.” 화를 내는 듯한 목소리에 움찔 하고 멈추었다가 데이다라의 얼굴을 살핀다. 눈빛이 무섭다. 내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혹시 눈치챈 것인가. 불안함이 순식간에 부풀어오르면서 가슴이 떨리고 눈물까지 날 것 같은 지경에 이르자, 문득 그가 갓에 달려 있는 천을 슬쩍 들어 올린다. “일단 뽀뽀해라.” “에?” “빨리 해라.” “…….”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데이다라의 손이 뺨을 감싸온다. 뭐지 하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려는 순간- “다녀왔다.”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갓을 벗으며 낮게 속삭이고는 내 뺨에 입을 맞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이런 달달한 분위기, 이런 묘한 감정, 갑자기 너무 커다랗게 다가와서 당황스럽고 두렵다. “이걸 위해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는데 뭐 하느라 늦게 나온 거냐? 히단과 수다라도 떨고 있었냐? 내 욕 한 거 아니지?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지만 늘 하던 것은 해달라고. 음.” “당분간은 못해.” “어째서냐?” “몰라, 하여간 못해. 그런 줄 알고 있어!” 쌔앵-. 아… 또 도망쳐 버렸다. 조금 전에 데이다라가 모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었는데. 가만히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알겠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이었는데. 그대로 계속 있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도 딱히 뛰어서 숨이 찬 것이 아니다. 아까부터 호흡을 하는 것이 힘들다. (…) 데이다라 : 나리, 한테 무슨 일 있었어? 음? 사소리 : 그걸 네놈이 묻는 거냐. 데이다라 : ? 사소리 : 당분간 녀석과 조금 거리를 두도록 해라. 데이다라 : 어째서…? 사소리 : 그래야 앞으로 네 마음이 편할 거다. 데이다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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