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 마을에 오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정보 수집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면서 낯선 곳에 머무르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데이다라의 고향이기 때문인지 마을 입구에서부터 묘한 기분이 든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솟은 암벽들. 그 사이로 뿌연 안개가 서려 있다. 언덕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여관이 나오는데, 지난 날에도 몇 번인가 이곳에서 묵은 적이 있다. 바위 마을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쯤 들리게 되어 있는 곳.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그 밖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나 또 한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갈 예정이다. 내가 이곳에 오는 목적은 취식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바로 정보 수집이다. 화류가와 같이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수월한 장소인 것이다. "그래서 4대 츠치카게로는 쿠로츠치 씨가 적임자로 정해져 있는 건가요?" "뭐, 현재로서는 그런 셈이지." 나는 기본적으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이런 일을 하려면 낯선 사람에게 자연스레 접근하는 능력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지금 내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는 바위 마을의 닌자로 그들의 특징인 외소매 복장을 하고 있다. 닌자라면 외부인의 접근에 일단 경계를 하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는 나를 그저 호기심 많은 방문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까부터 나는 그에게 어떤 중요한 정보보다도 바위 마을에 대한 소소한 것들을 묻고 있으니까. 그 정도라면 외부인에게 떠들어댄다고 해도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닌자도 사람이다보니 술을 계속 마시다보면 불필요한 얘기까지 꺼내게 되기 마련이다. "쿠로츠치 아가씨는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하셨다고. 그 데이다라 놈이 떠난 뒤부터 말이야." 저쪽은 아가씨고 이쪽은 놈인가… 애인으로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과거 데이다라가 바위 마을에 저지른 일을 생각해야 한다. 솔직히 그들의 입장에서는 '놈'도 상당한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일도 계기라면 계기겠지……." 문득 남자의 목소리가 힘을 잃는다. 술기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무언가 괴로운 일이 떠오른 듯하다. "그 일이라니요?" 능청스레 술은 한 모금 마신 뒤 남자에게 물으니 그가 고개를 모로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잘 모르겠지만 외부인의 앞에서는 웬만하면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 듯하다. 그래도 내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 그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사모님… 그러니까… 쿠로츠치 아가씨의 어머니 되시는 분께서 돌아가셨거든. 괴한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셔서." "에…?" "그때 쿠로츠치 아가씨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하… 그건 잔인하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돼… 배를 가른 것부터 시작해… 뱃속의 그… 장기란 장기는 전부 꺼내어져서 엉망진창이 되셨다고……." "……." "그러면서도 범인은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았어… 그런 일에 상당히 익숙한 닌자일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그것 뿐… 범행 동기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조차 확실치 않아… 지금까지 용의자로 지목됐던 녀석들은 전부 무혐의였어… 딱 한 명 빼고 말이야… 나는 그 놈이 범인이라고 생각해……."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러대며 이야기를 계속하던 남자가 문득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스르르 쓰러진다. 방금 전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었던지라 나도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데이다라는 분명 어머니가 살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건데… 내가 들어도 오한이 서리는 이 이야기를 그가 듣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저기… 아저씨… 그 놈이라고 하시면… 누굴 말씀하시는 거예요…?" 뭐라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를 죽인 녀석이다. 증거를 전혀 남지 않았다면 그 만큼 치밀한 녀석이겠지. 그렇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고 싶다. "누구긴 누구야… 그녀에게 원래 아들이 있었잖아… 녀석이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보복을 한 거지… 마을을 부순 것도 모자라서 말이야……." 설마. 아니겠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삐끗삐긋 딱딱하게 굳어 버린 고개를 가로저으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그는 지금 데이다라를 의심하고 있다. 그는 분명 S 급 수배범이고 그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친모를, 본인의 입으로 직접 '소중하다'고 말했던 존재를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아카츠키에 들어와서 여태껏 그의 손으로 죽인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를 두둔할 수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오해가 생겼거나, 술에 취한 남자가 헛소리를 했을 뿐이다. 아니, 그냥 전부 못들은 것으로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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