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는 거냐? 음?"

 "지난 번에 네가 그랬잖아, 설령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날 버리지 않을 거라고.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하…?"

 "혹시라도 내가 질리거나,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는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깨끗하게 물러나줄 용의가 있으니까."

 "잠깐… 이해가 안 되는데……."

 "데이다라가 나를 속인다면 그건 나를 위해서겠지. 하지만 네가 너 자신의 마음을 속이려고 한다면 그건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해."

 "……."

 "예전에 사소리 오빠가 그랬어, 인연은 시절이 만드는 거라고. 너와 내 관계도 마찬가지로 시절이 지나 흩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를 사랑한다고 잘난듯이 말해놓고… 이제와서 뭐야… 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거냐…? 음…?"

 데이다라가 고개를 까딱이자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나를 향한 눈빛이 마치 적에게 향하는 것과 같다. 내 말이 불쾌하게 들렸던 건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당황스럽다.

 "그런 뜻이 아니라……."

 이 분위기, 누군가 조금 전 데이다라의 말을 듣고 지금 그의 표정을 본다면 내가 그에게 이별 통보라도 한 줄 알 것이다. 그리고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냅다 도망가겠지. 솔직히 나도 도망치고 싶다.

 "너…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냐…? 아니면… 내 사랑과 너의 사랑이 다른 거냐…? 나는 사랑이란 것이 뭔지 아직 잘 모른다만, 내가 너와 사귀면서 배운 것은 적어도 욕망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않는다는 것이다. 음."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를 기다리는 내내 앓았던 마음이다. 마지막에 깨끗이 부서져 버리면 뭐 어떠랴. 그 편이 후회만 남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은가.

 나 역시 사랑을 잘 알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데이다라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에게 나 하나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해본 적이 없다.

 애당초 내가 고집을 부려서 시작된 관계인데,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에게 매달린다면 내가 너무 비참해질 것 같다. 이미 끝난 관계를 질질 끄는 것은 데이다라를 위한 일도, 나를 위한 일도 될 수 없다.

 데이다라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나와의 관계를 시작하겠다 마음먹었을 때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또 무엇을 바라고 있었을까. 이따금씩 그의 시선은 사랑보다도 깊은 곳의 무언가를 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내 마음이 어떤 형태로 변한다고 해도 그것이 널 버리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 그렇게 물으려는 찰나 데이다라가 나를 돌아본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움찔 떨린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아아, 이 눈이다. 내 안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어떤 것이든 다 들춰낼 수 있을 것 같은 눈.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가 나를 이렇게 바라볼 때 마다 무섭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끊을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지 않냐. 나는 너와 내 인연이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음."

 "그… 그래…?"

 "애당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정해져 있는 장소를 버리는 바보가 있을까. 이제 헤매이는 것도 질렸다.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쉬고 싶어."

 "……."

 붉은 입술에 묘한 미소를 띤 채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데이다라. 그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내게 기대어온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기댈 때는 넓은 가슴을 찾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도 역시 가슴이 아니다.

 "언젠가 바람에 흩어져도 난 반드시 너에게로 돌아올 거야. 음."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