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다라 : (그새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군… 아침 마다 빗질하기 귀찮아…….)

 (꽤 오랫동안 묶고 다녔는데… 슬슬 변화를 주어도 괜찮으려나…….)

 (는 토비 녀석 같이 짧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고…….)

 스윽─. 스윽─.

 데이다라 : (그치만, 남자라고 해도 머리카락이 긴 사람은 많잖아…?)

 ( 말대로 이 머리카락이 나를 여자처럼 보이게 하는 걸까…?)

 스윽─. 슥─.

 데이다라 : (얼마 전에 웬 머저리 같은 놈이 나를 여자로 착각해서 무지 열받았지…….)

 (남자라도 상관없다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죽도록 패주고 싶었는데… 젠장…….)

 슥─. 슥─.

 데이다라 : (그래, 내가 조금 마르긴 했지. 확실히 토비처럼 떡 벌어진 건 아니야.)

 (하지만 남자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나는 보기보다 강하다고.)

 데이다라 : …….

 데이다라 : (여자들은 역시… 좀 더 듬직한 느낌의 남자를 좋아하려나…….)

 (내 키… 작년에 비해 얼마나 자랐지…? 음… 으음…….)

 데이다라 : 하아─. 바보 같아…….

 똑똑똑─.

 데이다라 : !

 데이다라 : (인가…….)

 후다닥─.

 (…)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아침부터 필요이상으로 사랑스러운 내 남자가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거울 앞에 앉아 있다.

 "벌써 떠날 준비 다 됐구나. 머리만 정리하면 되겠네."

 "아아."

 모처럼이니 오늘은 내가 빗어줄까. 화장대 위의 작은 통에 꽂혀 있던 빗을 꺼내 들고 데이다라의 뒤로 다가서서 빗질을 시작한다.

 "어라? 벌써 빗질 한 거야?"

 "아, 아니. 아직이다만."

 "그래?"

 이미 굉장히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인데. 데이다라의 머리카락은 원래 자고 일어나도 별로 헝클어지지 않지만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손에 닿는 촉감도 정말 부드럽다.

 스윽─. 스윽─.

 "~♪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의 머리카락을 일부 끌어모아 깔끔하게 묶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해보니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능숙하게 묶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 됐다."

 빗을 통에 꽂아두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다. 어차피 데이다라가 떠난 뒤 청소할 생각이지만 대충이라도 정리해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이제는 코트를 가져다주려는데, 문득 데이다라가 나를 멈춰세운다.

 "저기, ."

 "응?"

 "나, 어떻게 보이냐? 음?"

 뜻밖의 질문을 받아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훑어본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예뻐, 언제나와 같이."

 "그, 그래…?"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기도 하지만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금발이라 더 예쁘다. 하늘색 눈동자와 끝내주는 조화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사심을 약간 더해 짙은 다크서클 마저 나름 포인트가 되어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미인이다.

 "내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어떨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긴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럼 몸을 조금 탄탄하게 만들어볼까?"

 "데이다라가? 토비처럼? 하하하, 이상해-."

 미소년 하면 역시 마른 체형이지. 데이다라에게 토비 같은 근육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묘하게 소름이 돋는다. 엄청난 위화감이랄까.

 여전히 웃음기 어린 얼굴로 옷장에서 코트를 꺼내오는데, 어쩐지 데이다라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오늘따라 기운이 별로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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