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고 해도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건 흔한 일이잖냐. 머리 모양 외에 그렇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 음?”

 “데이다라가 야채만 먹어서 마른 체형인 탓도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머리카락인 것 같아. 사막의 모래처럼 햇빛이 비추면 반짝반짝 빛나고 바람에 흩날릴 때 샴푸 광고에나 나올 법한 고운 머릿결이 딱 미인의 머리카락 같은걸.”

 “짧게 자를까?”

 “아니, 아니! 그러지 마! 아깝잖아!”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여자 같다든가 그런 말을 꺼내지 마라. 신경쓰이잖냐. 음.”

 정말 예쁜 머리카락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장난스럽게 꺼내본 말이었는데 너무나도 담박하게 자를까라고 말을 하니 당황스럽다. 보통 이렇게 머리를 기르고나면 자르기 아쉬워하지 않나?

 사실을 말하자면 짧은 머리카락의 데이다라를 몇 번인가 상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지금의 머리 모양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싹뚝 잘라 버리면 사람들은 데이다라가 실연당했다고 생각할 거야.”

 “여자의 경우라면 그럴 수 있지만 남자는 딱히 관계없지 않냐?”

 “남자도 마찬가지야.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구.”

 “그럼 조금씩 기장을 줄여나가면 되는 거지?”

 “음…….”

 어떻게 하지, 데이다라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싫은데. 그냥 해본 말이었다고 할까. 아니, 여기까지 얘기해놓고 그건 좀…….

 나는 데이다라가 자신의 겉모습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길면 보통 자르는 것을 망설이기 마련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했지만 데이다라의 성격으로는 확실히 길든 짧든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 같다.

 머리카락을 기른 이유도 그냥 자르기 귀찮아서라고 했고…….

 “아, 아직 결정하기는 일러. 애당초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건 상관없잖아.”

 “왜 상관없다고 생각해?”

 “나는 여자가 아니니까.”

 “같이 목욕탕에 들어갔으니 이제와서 그렇게 말해도…”

 “그게 아니라! 나는 너에게 누나 같은 존재잖아. 다시 말해, 연애의 대상이 아니잖아.”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건가. 난 또 뭐라고.”

 “…….”

 “너는 분명 내게 가족 같은 존재다. 허나 뭐라고 해도 결국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지. 언젠가 배신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말끝을 흐리며 데이다라가 고개를 모로 돌린다. 그리고는 시선을 먼곳으로 던진다.

 “아니… 그것도 크게 다를 것 없나…….”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고는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언제나 나는 너의 편이다라고 말하는 듯했던 그의 손길이 오늘은 왠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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